"한동훈 후보님 준비되셨죠? (토론 상대를) 선택해주십시오." (국민의힘 호준석 대변인)
"홍준표 후보님 모시겠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세 분한테서 지목을 못 받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목해 주니까 고맙습니다. 저도 한 후보를 지목할게요." (홍준표 전 대구시장)
'4파전'(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으로 대선 경선 2라운드에 돌입한 국민의힘이 23일 일 대 일 '맞대결' 진용을 확정했다. 특히 한 후보와 홍 후보는 각각 서로를 상대로 지목하면서, 하루 내내 '끝장토론'을 벌이게 됐다. 반면, 1차전에서 '3강(强)을 이뤘던 김·한·홍 후보 외 안 후보는 누구로부터도 호명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이같은 내용의 1:1 토론 대진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에는 △김문수 vs 한동훈 △안철수 vs 김문수, 25일엔 △한동훈 vs 홍준표 △홍준표 vs 한동훈 후보가 맞붙는다. 이후 26일에는 네 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마무리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앞서 '일반국민 여론조사 100%'(역선택 방지 조항 포함) 적용 결과, 1차 컷오프를 통과한 네 후보는 이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신이 겨루고 싶은 상대를 호명했다. 첫 미디어데이 때 결정된 순번에 따라,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 순으로 선택 기회가 주어졌다.
김 후보는 1차 경선 토론회 당시 다른 조였던 한 후보를 택했다. 한 후보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이 되고 다시 선거를 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 우리 한 (전) 대표님(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서…"라며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인 한 후보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에 한 후보는 "김 후보님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해 왔다. 올곧고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여유롭게 응수했다.
안 후보는 앞서 첫 경선 토론회에서 만났던 김 후보를 또다시 불러냈다. 4자토론 특성상 시간이 너무 짧아 충분한 공방이 오가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김 후보가 가진 곧은 생각을 국민들께 알려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송곳 질문'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안 후보님은 의사인데도 불구하고 의사를 안 하시고 '안랩'을 하시고, 또 '안랩'을 안 하고 정치를 하신다. 제가 못하는 여러 개를 계속 하고 계신데 앞으로 무엇을 더 하실지 아주 기대가 크다"고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지명권을 얻은 한 후보와 홍 후보는 둘 다 서로를 지명해, 하루 2번에 걸친 맞수토론을 하게 됐다. 이에 사회를 본 호 대변인은 "3시간의 '데스매치'가 펼쳐지게 됐다"며 현장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1차 경선 토론 당시 홍 후보가 한 후보에게 '키높이 구두' 등 인신공격성 질문을 던지며 신경전을 벌인 모습과 달리, 이날 두 사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한 후보는 "지금 우리는 경선에서 이기고자 하는 게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에게 이겨야 하지 않나"라며 "경선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며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보여드려 국민들의 관심을 끌려면 우리(한동훈-홍준표)가 (토론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 대선배'인 홍 후보에 대해 "경륜에서 나온 말씀이 그냥 하시는 말씀 같지만 다들 의미있게 받아들이시더라. 경험 등 배울 점이 굉장히 많은 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홍 후보도 한 후보의 강점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똑똑하다. 그리고 잘생겼다"고 칭찬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후보들 간 미묘한 '기싸움'도 포착됐다.
홍 후보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심 자신을 상대로 선택했으면 했던 후보가 누구인지 묻자 "안철수"라며, "만만하니까"라고 답변했다. 안 후보는 이에 지지 않고 "사실 제가 할 말을 (홍 후보가) 먼저 하셔서 기회를 놓쳤다"고 받아쳤다.
자신을 제외한 3명 중 2명의 지목을 받은 한 후보는 "제가 (그만큼 대선 후보로) 유력하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선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재명 전 대표와 맞설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며, 이를 두고 "굉장히 소모적"이라고 표현했다. '선거인단(당원) 투표 50%·일반국민 여론조사 50%'가 적용되는 이번 2차전에서 과반을 득표해 결선 없이 최종 후보가 되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