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암 앵커] 대법원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이례적으로 초고속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무슨 이유인지 권영철 대기자와 한 발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앵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제에 이어 내일도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심리를 열기로 했죠?
[대기자]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오늘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속행기일이 내일로 정해졌다고 공지했습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어제 전원합의체로 회부하고 속행기일을 연 데 이어 이틀 만에 다시 속행기일을 여는 겁니다.
[앵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리지 않나요? 이렇게 신속하게 열기도 하나요?
[대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전직 대법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법조인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걸 본 기억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합의기일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게 관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법원 2부에 사건을 배당했다가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고, 어제 심리했는데 내일 또 심리한다는 것도 전례가 없다고 할 정도로 이례적입니다. 특히 전원합의체의 속행기일을 공지하는 것도 매우 생소합니다.
[앵커] 이례적인 일이 겹치는군요? 왜 이렇게 신속하게 재판 일정을 잡는 걸까요?
[대기자] 세 가지 정도의 가능성이 있는 걸로 관측됩니다.
첫 번째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신속 재판을 하겠다는 의지를 실현하려는 걸로 보입니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 점을 주요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한 중견 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처럼 일관되게 신속 재판을 강조한 원장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전직 한 대법관도 조 대법원장이 일관되게 신속 재판을 강조해 온 걸 실천하려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대법원장의 기조가 그렇다는 거군요. 두 번째는요?
[대기자] 두 번째는 대법원이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5년 동안 갖고 있을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잘 아는 한 중견 법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공소기각을 하건(무죄 확정), 아니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하건, 대통령 선거 일 전에 결정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언제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걸까요?
[대기자] 대선후보 등록이 5월 10일과 11일 이틀간 이뤄집니다.
5월 1일부터 6일까지는 사실상의 연휴에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후보 등록일 전, 연휴 이후에 결론을 내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관측입니다.
따라서 5월 8일이나 9일 중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대통령 선거일인 6월 3일 이전에 판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후보 등록 전에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앵커] 세 번째 이유는 뭔가요?
[대기자] 세 번째는 대법원의 이례적인 행보가 헌법재판소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는 "배당과 동시에 전원합의체 회부, 첫 심리까지 단번에 이루어진 것을 보면, 대법원이 모종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고 봤습니다.
홍 교수가 분석하는 '대법원의 의지'는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의식해서 대선에 어떤 방식이건 영향을 주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사실 대법원은 헌재를 한 수 아래의 기관으로 봅니다. 그런데 "국가의 중대사나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헌재에서 다뤄지고 헌재가 헌정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대법원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전직 한 대법관도 "겉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속으로는 그런 의지가 있다는 걸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겁니다. 차기 대선의 최유력 주자의 형사재판을 손에 쥐게 되었으니 이번 기회를 그냥 날리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례적인 일이 연속으로 일어난다는 겁니다.
[앵커] 대법원이 재판 결과까지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는 겁니까?
[대기자] 그건 아닙니다.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예단을 할 수는 없죠, 해서도 안되고요.
대법원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소기각으로 무죄를 확정하는 겁니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유죄 취지로 파기해서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겁니다.
[앵커] 일각에서는 대법원에서 파기자판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 않나요?
[대기자]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전직 대법관들이나 대법원의 사정을 잘 아는 법조인들은 매우 낮다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심 유지나 파기환송이 아니라 파기자판을 한다면 이는 100만 원 이상의 유죄를 확정하는 경우나 가능할 겁니다. 만약에 이런 결정이 난다면 이재명 전 대표는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거라는 얘깁니다.
전직 대법관들은 "그런 전례도 없고, 그랬다가는 사법부의 위상 자체가 무너지게 될 텐데 조희대 대법원장이 그런 무리수를 둘 이유가 있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대법원의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고등 부장판사는 "파기자판은 사형을 무기징역으로 낮추는 경우라면 모르지만 항소심 무죄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로 파기자판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법원이길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제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