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영남 지역 산불을 계기로 기후 재앙이 바로 여기 우리의 일임을 더욱 체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지구의 경고음을 세계 곳곳에서 직접 마주한 분들과 이야기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책 <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의 저자 두 분을 모셨습니다. 탐험가이자 지구공학 연구자인 제임스 후퍼 박사 그리고 강민아 전 피디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제임스 후퍼, 강민아> 안녕하세요.
◆ 홍종호> 아마 제임스 후퍼, 성함 들으면 낯익은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전에 <비정상회담>에도 나오셨죠? 본업은 탐험가라고 돼 있는데 자기소개 해 주시죠.
◇ 제임스 후퍼> 아직까지 탐험가라고 하는 건 좀 어려울 것 같고요. (웃음) 저는 영국에서 왔고 지금은 국제 컨설팅 엔지니어링 기업에서 탈탄소와 기후위기 쪽에서 컨설팅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지구 어디 어디를 탐험해 보셨습니까? 지역이나 나라를 말씀해주신다면?
◇ 제임스 후퍼> 말하면 1시간 동안 할 수도 있는데요. (웃음) 아마 제일 많이 알려진 것은 에베레스트 등반했고요. 그리고 북극에서 남극까지 무동력으로 탐험했어요.
◆ 홍종호> 그렇군요. 또 함께하신 강민아 PD님, 전 PD라고 소개해 드렸는데요.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 강민아> 지금 방송국은 아니지만 콘텐츠 만드는 곳에서 제 능력을 열심히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때 제가 TBS <신박한 벙커> 연출했을 때 교수님 모시고 두 분을 같이 모셨었는데 또 이렇게 뵈니까 새롭네요.
◆ 홍종호> 반갑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 강민아> 그전부터 인연이 있었고요. 그때 제임스가 <비정상회담>에 나오고 나서 방송국 관계자분들이랑 자리하는 곳에서 저도 같이 어울리다가 소개를 받았어요. 제임스가 폴투폴(pole-to-pole) 탐험이라고, 자북극에서 자남극까지 가는 탐험을 했는데 그걸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제안을 해서 그때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제가 감독을 맡고 제임스가 프로듀싱을 맡았죠. 탐험한 내용을 토대로 우간다에 기부해서 학교를 만들었는데 그쪽 학교에 찾아가고 영국에서 같이 탐험했던 친구들을 인터뷰하고 그런 촬영을 같이 진행했습니다.
◆ 홍종호> 이번에 화제의 책이 나왔는데 같이 그 계기로 글 작업도 하게 되신 거겠네요.
◇ 강민아> 그때부터 쭉 이런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 홍종호> 책 제목이 사실은 좀 섬뜩한데요. 하지만 또 섬뜩하지만은 않은 게, 결국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재작년에 미국에서는
이런 책도 나왔어요. '더위가 너를 먼저 죽일 거다'. 탐험해 보시니까 전 지구의 지금 기후 상황이 재난에 가깝다 이렇게 보신 거죠?
◇ 제임스 후퍼> 맞아요.
◆ 홍종호> 기후에 대한 관심은 언제 시작된 건가요? 원래 탐험을 하다가 기후 재앙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면 기후에 관심이 있어서 북극에서 남극까지 한번 가봐야겠다. 어느 쪽이 먼저였습니까?
◇ 제임스 후퍼> 자연에 나가 있으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모험하면서 밖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면 이상하다. 작년보다 계절이 살짝 바뀌었다. 산에 가면 여기 원래 산사태 자주 나는 지역 아닌데 왜 산사태가 났을까? 뒤에 무슨 과정이 있는까? 이렇게 동시에 관심이 계속 커진 것 같아요.
◆ 홍종호> 에베레스트 등정까지 했다는 게 굉장히 인상 깊은데요. 혹시 그 지역을 가면서도 빙하가 소실되고 없어지고 있구나 이런 것도 느끼셨습니까?
◇ 제임스 후퍼> 네. 물론 알프스 산맥이랑 비교하면 히말라야가 천천히 녹는 편이에요. 높으니까요. 그래도 히말라야에서 확실히 빙하가 많이 녹고 있고, 아직까지 히말라야 산맥 밑에 사는 사람은 물 부족은 많이 안 느꼈을 텐데 산사태는 조금 더 자주 오고 큰 빙하가 녹고 그러면 얼음이 떨어질 수 있고 그런 위험이 있는데 사실 미래의 위험이 훨씬 더 클 거예요.
◆ 홍종호> 북극 남극 종단 횡단도 굉장히 인상 깊은데 무동력으로 했다고요. 그러니까 비행기나 차를 안 탔다는 것인데 그게 가능한가요? 걸어서 한 겁니까?
◇ 제임스 후퍼> 시간 좀 있으면 가능해요. (웃음) 북극에서 출발했을 때 썰매, 스키 탔고요. 근데 바로 기후 문제를 맞았어요. 2007년은 바다 얼음, 해빙이 엄청 빨리 녹았어요. 해빙은 바람 때문에도 움직이고 해류 때문에도 움직이는데요. 부딪히기도 하고 깨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해는 완전히 새로운 기록으로 빨리 녹았어요. 1km 넓게 깨져서 수영으로 건너갈 수 없었고 대신 해빙 말고 그린랜드 산 빙하 올라가서 건너야 되는 부분이 있어서 생각보다 천천히 가게 됐어요. 그러다 사냥하는 원주민 분이랑 개 썰매로 움직여서 좀 더 빨리 가기도 했고요.
그러다 바람으로 가는 요트 타서 뉴욕까지 가고, 뉴욕에서 파나마까지 자전거 타고, 파나마에서 에콰도르까지 또 요트, 그리고 자전거, 마지막에 다시 요트를 탔어요.
◆ 홍종호> 북미와 남미를 거쳐 남극까지 간 거군요. 이게 언제 하신 겁니까?
◇ 제임스 후퍼> 이젠 나이가 많아졌는데. (웃음) 2007년이에요.
◆ 홍종호> 한국 오기 전에 한 거군요. 대단한 탐험을 하셨네요. PD님은 다큐도 찍으셨다고 했는데 이런 얘기 들으면서 어떤 거 느끼셨습니까?
◇ 강민아> 저는 사실은 제임스 만나고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졌는데요. 그때가 아마 한 10년 전쯤에 저희가 처음 만났을 텐데, 북극에서 남극까지 탐험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야 하니까 제가 촬영한 원본들을 쫙 보잖아요. 제가 알고 있던 북극의 모습과 너무 다른 거예요.
제가 알고 있는 북극의 모습은 꽝꽝 얼어 있고 춥고 빙하가 산적해 있는 그런 곳인데 제임스가 찍은 화면에 있는 북극은 얼음이 너무 많이 녹아 있고 친구가 물에 빠지는 사고도 발생하고. 그런 식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 심각하구나, 라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 홍종호> 근데 2007년, 2008년에 하신 건데 벌써 18년이 지난 거 아니에요? 그때도 화면을 보면서 놀랐다라고 얘기를 하시는데 훨씬 더 심각해진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네요. 13개월 동안 북극에서 남극으로 가면서 정말 이게 기후위기 현장이구나 하고 느낀 것이 있다면 한두 개 짚어주신다면 뭐가 있을까요?
◇ 제임스 후퍼> 북극에 있었을 때 그린란드 옆에 있는 해빙에서 개썰매로 가다가 같이 탐험했던 친구 롭의 장갑 하나가 떨어졌어요. 그래서 썰매 멈추고 장갑 받으러 가는데 발 밑에 있는 얼음이 부서졌어요. 물에 빠지고 머리도 다치고 아주 위험한 순간이었어요. 젖은 옷을 다 벗고 다시 조금씩 따뜻해졌고 다행히 몇 시간 후에 다시 돌아왔어요. 다행히 살았는데 조금이라도 달랐으면 죽었을 수도 있었어요.
나중에 미국에서도 버지니아나 테네시 주에서 자전거 타고 있었는데 2007년에 역사적으로 무더위 기록이 깨졌어요. 그때는 매일 100-150km를 자전거 타고 있는데 물을 너무 많이 마셔야 되고 열사병 위기가 있었어요. 한국에서도 최근에 엄청 더운 여름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돌아가신 분이 많고요. 우리도 자전거 타면서 뜨거움을 겪으면서 와, 여기서 살면 진짜 몇 년 후에는 사람이 밖에서 다닐 수 없겠구나 싶었어요.
◆ 홍종호> 그래요. 이 책에 보면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 얘기도 나옵니다만 아까 그린란드 얘기도 많이 직접 해 주셨고 빙하, 바다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으신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다니면서 빙하가 위기다, 녹는다 이런 거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 제임스 후퍼> 네. 사실 빙하 있는 지역에 가면 기후를 많이 생각하게 돼요. 빙하가 깨져서 녹는 것도 계속 보고 배에 탔을 때 너무나 큰 빙산을 많이 지나가고요. 남극해에 있었을 때 엄청 큰 빙하가 깨져서 거기서 떨어져 나오는 빙산이 많았어요. 그래서 관심이 많았고요. 박사 과정했을 때 제가 집중했던 주제도 바다랑 많이 연결돼 있었어요. 빙하 코어도 얻고, 파이토플랑크톤 같은 바다 생태 연구 많이 했어요.
◆ 홍종호> PD님이 아무래도 책 작업에서 많이 쓰셨을 것 같은데요. 강조하고 부분이 있으셨나요?
◇ 강민아> 아까 교수님께서도 잘 짚어주신 것처럼 제임스가 탐험하던 2007년, 2008년 그때도 이미 빙하는 계속 녹고 있었지만 사실 우리한테 이슈화가 되지 않았던 거잖아요. 계속 기후위기는 있어 왔지만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가 그게 점차적으로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재난으로 다가오니까 관심이 높아진 거예요. 그래서 이 일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가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 홍종호> 기후변화 이슈 중에 가장 두렵다,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시는 게 뭔가요?
◇ 강민아> 정말 많은 것들이 있어서 하나 꼽기가 힘든데 저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결국에는 폭염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여름에 장마도 있으면서 온도가 높아가잖아요. 요즘 최근에 기후학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개념 중 하나가 '습구온도'라는 개념이 있어요. 습기가 높은 데다가 온도가 올라가 버리면 정말 사람이 견디기 힘든 취약한 상태가 되는데 사실 그 부분이 우리나라뿐만 아니고 이쪽 아시아 지역에서 여름에 가장 걱정되는 재난 중에 하나예요. 열사병 문제도 있고 폭염으로 인한 인류의 위기가 가장 직접적으로 빠르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그거라서요.
◆ 홍종호> 저희 방송에 얼마 전에 극지연구소에 계시는 빙하학자 신진화 박사가 나오셨어요. 이분이 그린란드 2,700m 밑의 빙하 코어 이런 거 연구하는 분이에요. 데이터를 보면서 무력감에 빠진다는 얘길 했어요. 이렇게 심각해지고 있구나. 과거 온도에 비해서 지금 이렇게 온도가 올라갔구나. 이런 것들을 1차 데이터를 보면서 느낀다는 이런 얘기를 해주셨는데 두 분은 어떤 느낌 드십니까?
◇ 제임스 후퍼> 관련된 경험이 있어요. 박사 과정할 때 제가 사우스조지아라는 남극해에 있는 섬에 가서 거기서 빙하 코어를 뽑았는데요. 사실 그때는 코어가 15m밖에 안 됐어요. 왜냐하면 처음으로 코어 뽑고 데이터 잘 돼 있으면 다시 가서 깊은 코어를 뽑으려고 했는데요. 첫 1m 정도는 예상대로 데이터가 잘 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 밑에는 갑자기 저희가 보는 데이터, 산소율, 수소율 같은 아이소토프(동위원소)라고 하는데, 다 없어요.
◆ 홍종호> 없다는 게 무슨 의미죠?
◇ 제임스 후퍼> 화학물질들이 다 없어진 건데 알고 보니까 사우스조지아에서 몇 년 전에 며칠 동안 10도 이상의 온도가 있었어요. 눈이 다 녹아서 그 물이 밑으로 흘러내렸어요.
◆ 홍종호> 침투가 됐군요.
◇ 제임스 후퍼> 맞아요. 그래서 있던 데이터가 다 없어진 거예요.
◆ 홍종호> 자료가 소실될 정도로 지금 빠르게 녹고 있다는 증거군요.
◇ 제임스 후퍼> 네. 데이터를 보면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데이터를 볼 수가 없다. 다 사라졌다.
◆ 홍종호> 역시나 연구자로서 당황스러움과 무력감을 느끼셨을 것 같네요. PD님은 어떠세요?
◇ 강민아> 저는 무력감보다는 조금 더 희망적으로 적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달라진 기후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힘을 뭉쳐서 조금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다 같이 힘을 합쳐야 되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홍종호> 아까 폭염이 제일 우려된다, 결국 인명 손실이라든지 신체상의 어려움이라든지 이런 걸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 적응 잘 할까요. 누가 제일 중요합니까? 국가가 중요합니까? 개인이 중요합니까? 기업이 중요합니까?
◇ 강민아> 모든 주체가 다 중요하지만 저는 오히려 개인들이 이 기후위기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본인들이 조금 더 여기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이 기후위기는 굉장히 국지적으로 순식간에 누구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다가오거든요. 폭염도 그렇고 국지성 호우도 그렇고.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이 항상 그런 위험에 대한 인식을 하고 스스로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될지에 대한 생각이나 교육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홍종호> 중요한 부분이에요. 후퍼 박사는 컨설턴트 일도 하고 계시다고 그러는데 요새가 ESG가 말이 많잖아요. ESG의 세상이다, 한편으로는 또 안티워크(미국 보수 진영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메시지를 내는 기업들의 경영 방식을 비판하는 신조어) 이런 얘기도 나오고 하는데요. 연구자에서 컨설턴트로 업을 좀 바꾼 건가요?
◇ 제임스 후퍼> 맞아요. 사실 연구가 좀 답답했어요. 몇천 시간 동안 논문 열심히 쓰고 결과 나오면 피어 리뷰 거치고 편집하고 저널에 내는 과정이 너무 힘든 거예요. 그렇게 드디어 나왔는데 사실 읽는 사람은 몇 명밖에 안 되잖아요. 엄청 성공한 논문이라도 아마 몇백 명 읽을까요.
◆ 홍종호> 제가 잘 압니다. (웃음)
◇ 제임스 후퍼> 내 모든 노력을 넣는데 임팩트가 있을지 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컨설턴트가 돼서 직접 큰 기업한테 조언을 주면 조금이라도 임팩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홍종호> 좀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임팩트를 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컨설턴트의 길을 가게 됐다는 거군요. 사실은 저도 평생 연구자로서 공감을 하는 게, 우리 학교에서 학부 수업을 같이 하는 서울대 자연대 교수 한 분이 지질학자이신데 빙하 연구하고 이런 분이에요. 이분 얘기가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탑 저널들 이런 데 한 번 논문 쓰려면 10년 연구해야 합니다. 한 20년 연구하면 논문 두 편 나오는 거예요. 이게 업이지만 사실은 참 너무 힘든 과정이고 또 이게 얼마나 임팩트를 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지금 미국에서 하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위기 이런 거 없다, 그리고 이쪽에 펀드를 끊겠다 연구도 하지 마라 이런 게 있어요. 심지어 기업 사회에서는 그린허싱, 그러니까 입막음하고 가만히 있는 이런 움직임도 있다고 하는데 지금 컨설턴트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거 아닌가요? 기업에서 의뢰가 있나요?
◇ 제임스 후퍼> 물론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야 되고 돈 안 써도 되는 곳에는 안 쓰려고 하는 거죠. 하지만 사람, 기업, 정부. 사실 삼각형이잖아요. 그 안에는 사람도 엄청 중요하고요. 매일매일 기업이랑 얘기하고 있어요. 특히 탈탄소 전략을 만들면 이거 너무 비싸지 않을까, 2040년까지 이 정도면 탈탄소 가능한가 그런 질문을 많이 듣고 있는데요.
실질적으로 어려운 문제이긴 해요. 왜냐하면 공급사슬이 없으면, 즉 재료를 구할 수 없으면 탈탄소도 하기 어렵고 결국 시스템이 바뀌어야 가능한데 빠른 변화를 진행하기 어렵죠. 사실 기후위기는 전쟁처럼 봐야 되는데 근데 그렇게 매일매일 와닿지 않으니까 그렇게 보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는데요.
그런데 확실한 것은 기후위기는 갑자기 사라지지 않잖아요. 작년 보면 산업혁명 전과 비교하면 1.55도가 이미 올라갔고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계속 탄소 배출을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기업들은 위기를 싫어하잖아요. 위기 때문에 앞으로 어디에 투자해야 될지 잘 모르고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모르면 쉐어홀더(주주)는 투자를 안 하게 돼요. 어쨌든 위기는 관리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기후위기는 계속 1순위의 위기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탈탄소 전략, 기후위기 적응 전략을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 홍종호> 결국 기후위기 미티게이션(완화)와 어댑테이션(적응)에 대한 기업의 수요는 생길 수밖에 없다. 앞으로 내 일은 충분히 많다. (웃음)
◇ 제임스 후퍼> 맞아요. (웃음)
◆ 홍종호>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 거죠. 왜냐하면 자꾸만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고 소비자, 투자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한 가지 질문을 두 분께 드릴게요. 두 분이 친구시고 기후를 매개로 책도 같이 쓰셨는데 서로의 모습들을 보면서 어떤 공감대랄까, 서로 힘이 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있으면 나눠주시죠.
◇ 강민아> 이 주제에 대해서 항상 많이 의논하는 편이고요. 그리고 제가 TBS에 있을 때 기후위기만을 주제로 다루는 <신박한 벙커>라는 프로그램을 할 때 제임스가 가장 큰 힘이 됐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한 4년 전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기후위기라는 게 메인 아젠다가 아니었거든요.
◇ 강민아> 근데 그때도 저희는 가디언이나 로이터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항상 서로 공유하면서 지금 해외에서는 이렇게 기후위기가 이슈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사람들이 관심이 없지, 이거를 내가 매일 하나의 주제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저 스스로도 불안감이 있었는데요. 제임스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에서도 꼭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고 이런 이야기들을 해서 개인들이 많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 라는 응원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많이 힘이 됐어요.
◆ 홍종호> 굉장히 힘이 되는 출연자였군요.
◇ 강민아> 너무 힘이 됐죠.
◆ 홍종호> 그래요. 오늘 두 분 말씀이 훈훈합니다. 연구자에서 컨설턴트로 갔다는 것이, 콘텐츠를 만드시고 이런 것들이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드려는 노력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책 <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의 두 저자 제임스 후퍼 박사, 또 강민아 피디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 제임스 후퍼, 강민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