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토론회에서 재차 맞붙었다. 첫번째 토론회가 탐색전의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각자가 내세우는 가치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선명성을 키웠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먹고 사는 문제'를 수차례 언급하면서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었고, 김동연 후보는 '개헌 논의'를 다시금 띄우면서 각을 세웠다.
이재명 후보는 23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TV' 주관으로 진행된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첫 발언부터 "윤석열 정권에 의해 민생이 어려워졌다. 나라가 너무 어렵다"며 경제 성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선 1차 토론회에서도 이 후보는 "보수 가치로 보여지는 성장과 발전이 중요하다"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로 규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내비친 이 후보의 성장론은 이전보다 더욱 뚜렷했다.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첫 100일 동안 어떤 일을 할 건지' 묻는 김동연 후보의 질문에 '한미 통상 문제 협상'과 '내수 진작을 위한 긴급조치'를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대통령 취임시) 경제 의논팀을 만들고, 경제사령탑도 구성하겠다"며 취임 첫 경제 과제로 '민생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놨다. 다른 의제들보다는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개헌에 공감대를 압박하는 김동연 후보의 물음에도 이 후보는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할 때"라며 맞받아쳤다. 이 후보는 "개헌 문제를 그렇게 시급하게 이야기하는 건 의문"이라며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것도 아니고, 개헌된 헌법이 즉시 시행되는 것도 아니다. 경제민생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는 즉각 날을 세웠다. 지난 1차 토론회에서도 김 후보는 제20대 대선 당시 이 후보와 연대하며 개헌을 약속했지만, 이 후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짚으면서 비판했다.
이날도 김 후보는 "3년 전 이 후보와 저는 개헌과 임기 단축에 100% 동의했다"며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는 그 문제대로 해결하고, 개헌 문제는 시급하게 같이 했으면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개헌을 천천히 시간을 두고 하겠다든지, 지난 토론회처럼 대통령실이나 국회의 세종 이전을 일단은 용산을 썼다가 청와대로 가겠다든지 하는 건 자칫 국민들이 보기에 임기 내에 안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의 압박에도 이 후보는 성장주의 입장을 견지했다. 과거사 문제 언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후보와 만났다고 밝히면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념 문제는 아예 안 다루고 친일파와 과거사 문제도 모두 덮으려 한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이같은 전언을 거론하면서 "친일파, 과거사 문제를 모두 덮으려고 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여기에도 이 후보는 "지금 이념 문제로 분열되고 대결이 격화돼 있는데, 사실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할 때"라며 재차 성장론으로 초점을 돌렸다.
그러자 김 후보는 "친일파, 과거사 문제를 모두 덮으려 한다는 건 이 후보님 본래 마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모름지기 지도자는 역사관 문제에서 확고한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재차 거리를 뒀다.
한편 이재명·김동연·김경수 세 예비후보들은 오는 25일 3차 토론회를 갖는다. 이후 26일에는 호남권, 이튿날인 27일에는 수도권 경선을 치른다.
현재 1·2차까지 순회 경선 결과는 이재명 후보가 누적 득표율 89.56%로 사실상 압도적 승기를 잡은 상태다. 김동연 후보는 5.27%, 김경수 후보는 5.17%다. 최종 대선 후보는 권역별 경선 결과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오는 27일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