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판도를 흔들어 놓았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21대 대선을 앞두고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지난 23일 정부 조직 개편 공약을 발표했다. 현행 19개 부처를 13개로 줄이고, 안보·전략·사회부총리 등 '3부총리'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다.
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이준석 정부는 '최소 정부, 최대 분권'을 지향한다. 여성가족부, 통일부 등 존재 사명이 퇴색한 부처는 통폐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환경부, 국가보훈부 등 업무가 중복되거나 옥상옥으로 지적받아 왔던 부처는 실무 위주로 재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단연 '여가부 폐지'다. 3년 만에 다시 치르는 대선에 또 등장한 여가부 폐지 공약에 정치권에서는 논쟁이 불거질 전망이다.
이 후보가 당대표로 재직하던 20대 대선 때 국민의힘은 이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 정당 정책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가족' 우선 정책이 아닌 '여성' 우대 정책 위주의 불공정 정책을 다수 양산하는 해당 부처를 폐지,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청년들과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별도 부처 설립하는 방법으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당시 후보가 대통령이 됐지만, 해당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윤 정부 유일 여가부 장관인 김현숙 전 장관은 취임 후 "구체적인 안에 대한 논의는 없고 시작하는 단계"라고 폐지 계획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여가부 폐지는커녕 지위를 높이자는 발언이 윤 정부 내에서 나오기도 했다. 21대 대선에 출마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김문수 후보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일하던 당시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하지 말고, 이걸 격상을 시켜서 지금 저출생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기간 한국 성평등지수도 하락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여가부의 '2024년 국가성평등지수 측정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성평등지수는 65.4점으로, 2022년(66.2점) 대비 0.8점 낮아졌다. 한국 성평등지수는 집계를 시작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꾸준하게 증가해 왔지만, 2023년에 처음으로 수치가 떨어졌다.
이 후보는 공약 발표 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여가부 폐지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여가부는 당연히 없애는 것"이라며 "공약을 선명하게 걸고, 당선되면 전 국민이 공인하는 것이고 야당이라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다.
윤 정부 시절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서는 "그건 윤 전 대통령이 멍청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의도는 부처의 권한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여가부는 폐지하되, 복지부(가족·청소년)와 국가인권위원회(양성평등)로 기능을 나눠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2차 경선에 오른 안철수 후보도 여가부 관련 견해를 드러냈다. 안 후보는 지난 19일 당 1차 경선 토론에서 보건복지부를 쪼개 청년 문제를 전담하는 부처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건부와 질병관리청을 합치고, 나머지 부분은 복지부와 여가부를 포함해 한 부서로 만드는 게 적합하다. 거기에 청년부를 포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치르고 있는 김경수 후보 역시 지난 21일 "여가부는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지금 우리 사회는 남녀 간 쟁점을 균형 있게 다룰 수 있는 부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해야 여성의 문제도 함께 해결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