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망론'에 선을 그어오던 국민의힘 홍준표·한동훈 예비후보가 나란히 입장을 선회했다. 김문수 후보가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매개로 당심(黨心)을 사로잡은 흐름을 뒤집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4강에 오른 후보 가운데 안철수 후보를 제외한 모두가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레 빅텐트를 치기 위한 바닥 공사는 마무리됐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수면 아래에서는 한 대행이 출마를 선언하는대로 '반명·개헌 빅텐트' 공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김문수 벤치마킹? '한덕수 단일화' 열어둔 홍준표·한동훈
홍 후보는 24일 돌연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과 언제든지 협상할 수 있다"며 "본선이 끝나고 난 뒤에 민주당 이재명 세력과도 공존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안정이 되고 민감한 국제 현안에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과 '원샷 경선'을 하겠다"고도 재차 밝혔다. 앞서 "중립적인 선거 관리를 할 분이 사퇴하고 어떻게 오겠느냐"는 입장을 180도 뒤집은 발언이다.
한 후보도 같은날 자신의 SNS에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특히 한덕수 총리님과 저는 초유의 계엄 상황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고 꽃 피우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같다"고 밝혔다. 홍 후보만큼은 아니지만 "(한 대행 출마는) 경선 자체를 희화화하는 것"이라는 이전과 비교해 단일화에 긍정적인 답을 한 셈이다.
하지만 한 후보는 이후 열린 '맞수토론'에서는 "우리가 이기기 위해선 뭐든지 해야 한다"면서도 "지금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에서 치열한 경선을 하는 과정이다. 미리 그걸 앞장서서 얘기하는 건 도움 되지 않는다"고 해 미묘하게 달라진 입장을 내놨다. 당심과 민심 사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 노출된 셈이다.
이를 놓고 당내에서는 "둘 다 김문수 후보한테 경선에서 밀렸다는 위기감이 극에 달한 결과"라는 평들이 쏟아졌다. 김 후보는 이전부터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지난 22일엔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당연히 단일화를 제안할 것"이라며 "빅텐트로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후보가 최근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1차 경선에서 선두를 유지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에는 '김문수 뒤에 한덕수'라는 프레임을 스스로 강조한 덕분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한 대행이 침묵을 깨고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면서 존재감을 과시한 것 역시 이같은 위기감을 끌어올렸다.
홍준표 캠프로서는 당심 50%가 반영되는 2차 경선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재선의원은 "1차 경선 결과 김 후보가 선두를 유지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당심이 절반 들어가는 2차 경선에선 무조건 당심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지 않았겠느냐"며 "인선이 다소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면서 원하는 만큼 세 몰이를 하지 못 한 게 큰 결심을 하게 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후보 측은 지난 23일 '777인재 매머드 선대위' 인선을 발표했지만 현역의원을 포함한 일부가 이름을 빼달라고 하는 등 한 차례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빅텐트'=임기 단축 개헌+경제통+반명
국민의힘도 한 대행 출마에 사실상 운을 띄우면서 빅텐트의 색채도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2차 경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한 대행도) 결단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전체적으론 우리 당이 열어 놓고 다 같이 모여야 된다고 하는 것에 다 같이 동참하는 게 맞다. 최종 후보가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서 승리하는 것이 진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내에는 임기 단축 개헌론을 전면에 내걸고 빅텐트를 띄우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에 대한 여론의 비토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무당층·답변 유보 비중이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윤석열도, 이재명도 싫다"는 여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경제통인 한 대행의 전문성을 부각하면서 개헌을 추진하기 위한 과도 정부를 맡겨 달라고 호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중도층을 불편하게 했던 윤 전 대통령의 입김이 당내에서 확실히 약해진 것 역시 이같은 반명 빅텐트를 넓게 치기 위한 밑작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결승에 오를 후보들이 정해지면 계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것"이라며 "여기에 한 대행의 경제 전문성이 더해진다면 '반명 빅텐트'가 위력을 발휘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