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 최대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6.3 조기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행보 등을 다룬 책 '이재명의 준비'를 오는 17일 출간할 예정이다.
혁신회의 측은 이 책이 이 후보의 참모들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이르기까지의 막전막후를 기록했으며, 정치 여정과 리더십 관련 내용을 에피소드로 나누어 조명했다고 밝혔다.
'두루뭉실' 보고에 "예산 차이 500억 난다, 정확히 얼마냐" 회의 멈춘 이재명14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이재명의 준비' 내용에 따르면 이 예비후보는 도지사 시절 회의 도중 한 기관장에게 "업무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호통'을 쳤다. 예산 관련 회의 도중 이 후보가 소요되는 예산을 묻자 해당 기관장이 '0.2~0.5% 정도'라고 두루뭉술하게 답변했는데, 이 후보는 잠시 회의를 멈추더니 계산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 0.2%였을 경우와 0.5%였을 경우의 예산액 차이가 500억원입니다. 이거 계산 제대로 한 거 맞나요? 정확히 얼마인가요?"라고 물었고, 해당 기관장은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혁신회의 측은 "이재명은 적어도 담당자가 자기 분야에서 넘겨짚듯이 말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때 나왔던 말이 '업무 방해하지 마세요!'였다"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살다 보면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경우도 있고, 어차피 오늘 당장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라면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재명은 그렇게 일하지 않았다"며 "'나의 1분이 경기도민의 1364만분'이기 때문에, 부정확한 정보로 회의의 결과가 어긋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주의를 줬다"고 부연했다.
책에는 지난 1월 성남의 BYC 빌딩에 화재가 났지만 다행히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이재명이 뿌듯해했다는 에피소드도 나왔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 화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성남의 모든 집합 시설을 점검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2025년 3월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서 "공무원 한 사람이 신경 써서 제대로만 하면 그 사람이 관할하는 모든 영역이 확 바뀐다"며 "대통령이 제대로 신경 쓰고 공무원들한테 열심히 창의적으로 하도록 권한도 주고 책임도 묻고, 잘하면 상 주고 잘못하면 질책하고 교체하면, 공무원들은 살아 움직인다. 공직사회가 살아 있으면 세상이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혁신회의 측은 "성남시 전역에 실시한 작은 노력이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큰 효과를 발휘했다. 혼자만의 치적으로 말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이재명은 분명히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했음을 강조했다"며 "'공무원이 일을 하지 않는다,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말보다는 공무원을 지휘하는 사 람이 얼마나 노력하고 성과를 인정해주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계곡·하천 불법시설 철거 뒤 '몰래 시찰'…방법은 "아내와 둘이서만"책에는 이 후보가 계곡·하천 불법시설 철거 뒤에 몰래 '시찰'을 나선 에피소드도 소개돼 있다. 계곡·하천 불법시설 철거는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치적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일이다.
혁신회의 측은 "도지사가 어디를 가면 그 누구라도 알 수 있고, 계곡이 도청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동하는 동안 동선이 알려질 수도 있었다"며 "도착 즈음에만 약속을 지키는 척할 수도 있는데, 상인들은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몰래 '시찰'을 나갈 수 있었던 방법은 '아내와 함께 둘만 가는 것'이었다.
또한 책은 당 대표로 재임하고 있던 2023년 4월 강릉 산불 당시 현장을 찾은 이유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혁신회의 측은 "그들(당 대표급 정치인)이 가야 그 지역이 주목을 받는다"며 "서울에서 기자회견으로 산불 피해 지원을 약속할 수도 있지만, 언론 주목도가 낮아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이를 알기에 큰 사건이 발생하면 곧장 현장으로 간다. 서울에서 상황을 보고 받는 것과 현장의 요구가 다를 수도 있고, 생각지 못했던 문제점이나 어려움을 파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현장으로 가는 동안 이 후보가 선약이 있었던 인사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 양해를 구한다는 이야기도 소개했다.
단식한 이재명, 항의 받은 참모들…"우산 들어주려 했지만 거절"
책에는 2023년 9월 이른바 '체포동의안 정국' 당시 이 전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때의 이야기도 소개됐다.
당시 이 후보는 단식 끝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그 사이 국회에서는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이 후보는 같은 해 9월 26일에 열린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오른손에는 지팡이, 왼손에는 우산을 든 채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이 후보의 지지자들은 참모들을 향해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그동안 이 대표가 얼마나 힘들게 버텼는지 알 만한 사람들이 그깟 우산이 뭐라고 그거 하나 들어주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혁신회의 측은 책에 "당연히 우산을 들어주려 했다. 그러나 이재명이 거절했다. 지팡이를 짚을 수 있다면, 우산도 들 수 있다고 말했다"며 "'평상시에도 시키지 않은 일인데, 이제 와서 그런 걸 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저 비를 같이 맞으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