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통합 우승을 이끈 주장이자 토종 거포가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허수봉(27·195cm)이 데뷔 7년 만에 정규 리그 최우수 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허수봉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MVP에 올랐다. 배구 기자단 투표에서 31표 중 13표를 얻어 팀 동료 레오를 불과 1표 차이로 제쳤다.
올 시즌 허수봉은 정규 리그 득점 전체 4위(574점)와 공격 종합 3위(54.13%)에 올랐다. 7개 구단 에이스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와 일부 아시아 쿼터 선수들과 겨뤄 결코 뒤지지 않은 활약이다. 허수봉의 득점과 공격 성공률은 국내 선수 중 단연 1위였다.
덕분에 현대캐피탈은 정규 리그는 물론 챔피언 결정전까지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허수봉과 득점 2위(682점), 공격 종합 4위(52.95%)에 오른 레오 쌍포는 다른 구단들로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허수봉은 당연히 베스트 7에도 레오와 함께 나란히 아웃사이드 히터로 뽑혔다. 허수봉은 여자부 황민경(IBK기업은행)과 함께 남자부 페어플레이상까지 모범적인 선수로도 평가를 받았다.
행사 뒤 인터뷰에서 허수봉은 "시즌 동안 MVP 후보에 올랐을 때 개인상에 욕심이 없다 답변했는데 막상 받게 되니 기분 정말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레오와 1표 차로 받게 됐는데 서로 윈윈한 것 같다"면서 "다음 시즌에도 레오와 좋은 케미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예전보다 훨씬 더 성숙해졌다는 자평이다. 허수봉은 "공격 효율이 좋아졌다"고 운을 뗐다. "예전에는 힘만으로 때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블로킹 이용한다"면서 "걸릴 거 같은 상황에는 리바운드를 한다"는 설명이다.
남자부 감독상을 받은 필립 블랑 감독으로부터 많은 부분을 배웠다. 허수봉은 "블랑 감독님이 경기에서 막혔을 때 영상을 편집해 보여주면서 '다른 선택지도 많았다'고 하시더라"면서 "컨디션이 안 좋으면 다른 방식로 하라고 하셨는데 경기 때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감독님과 리시브 훈련도 많이 했는데 다음 시즌에는 수비도 많이 보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허수봉은 "신인부터 지금까지 매년 조금씩 성장했고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면서도 "아직 최고의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자만하지 않고 매년 성장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어 "다음 시즌 못 하면 속상할 거 같아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정말 잘 했고 '수봉 시대'가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의 책임감도 다졌다. 허수봉은 "지난해부터 세대교체라 어린 선수들끼리 많이 했는데 이제는 정말 결과로 보여드려야 할 때가 왔다"면서 "대표팀 성적이 좋아야 V리그 인기도 올라간다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 가져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입단 3시즌 내 활약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남녀부 영플레이어상은 우리카드 3년 차 세터 한태준과 한국도로공사 신인 세터 김다은이 수상했다. 세트 2위를 차지한 한태준은 기자단 투표 21표를 얻어 OK저축은행 공격수 신호진(10표)을 제쳤다. 여자부 세트 2위에 오른 김다은은 31표 중 25표를 받아 GS칼텍스 공격수 이주아(6표)를 따돌렸다.
남자부 베스트 7에는 아웃사이드 히터 허수봉, 레오, 아포짓 스파이커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KB손해보험), 미들 블로커 김준우(삼성화재), 최민호(현대캐피탈), 세터 황택의(KB손해보험), 리베로 정민수(KB손해보험)가 선정됐다. 여자부는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흥국생명),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정관장), 아포짓 스파이커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GS칼텍스), 미들 블로커 이다현(현대건설), 아날레스 피치(등록명 피치·흥국생명), 세터 염혜선(정관장), 리베로 임명옥(한국도로공사)이 뽑혔다.
감독상은 남녀 통합 우승을 이끈 블랑, 여자부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받았다. KOVO 출범 20주년 역대 V리그 남자부 베스트 7은 아웃사이드 히터 레오, 곽승석(대한항공), 아포짓 스파이커 박철우, 미들 블로커 신영석(한국전력), 이선규, 세터 한선수(대한항공), 리베로 여오현이 선정됐다. 여자부는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 한송이, 아포짓 스파이커 황연주(현대건설), 미들 블로커 양효진(현대건설), 정대영, 세터 이효희, 리베로 임명옥(한국도로공사)이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