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는 조촐한 제사상이 차려졌다. 배 하나, 사과 하나, 전 몇 가지에 소주 한 잔. 제사상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그 앞에 선 방문객들의 입에선 탄성이 새어 나왔다.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는 이도 있었다.
"엄마가 해놨나봐. 사과랑 배… 부모는 절대 못 잊으니까…"
방문객들은 거센 바닷바람에 울렁울렁 나부끼는 깃발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용인에서 온 60대 여성 권씨는 "머리가 찌릿하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물살이 엄청 센 것을 보니 가족들이 얼마나 슬프고 아팠을지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함께 온 60대 여성 B씨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세월호 추모벤치' 앞에 서서 이름 한 자 한 자를 쓰다듬었다. B씨도 뜻밖의 사고로 열일곱살이던 자식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렇기에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이 더욱 이해가 된다고 했다.
B씨는 "가슴에 묻고 세월이 흐르면 잊어버린다고 남들은 말하지만, 절대 못 잊어버린다"며 "내가 자식을 떠나보낸 매년 크리스마스, 12월이 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픈 것과 같다"고 말했다.
벌써 11년이 흘렀다. 거센 바닷바람을 맞아 시들어버린 국화꽃, 하얗게 바랜 노란 리본이 세월호 참사 이후의 세월을 알려주는 듯했다.
매년 팽목항에서 커피 나눔 봉사를 하는 이 씨 부녀는 "작년 10주기에는 사람이 많이 왔는데, 아무래도 올해는 평일 중간이라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딸 이 씨(26)는 "팽목항에서 봉사를 하면서 세월호가 점점 잊혀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각자만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저만의 추모를 이어갈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들이 진도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진도대교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팽목항에 도착한 50대 남성, 익산에서부터 관광버스를 타고 온 20명의 사람들, 노란 리본을 한 손에 들고 온 고등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이어 '제11주기 팽목항 기억식 준비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진도 팽목항 세월호 기억관 마당과 방파제 일대서 기억식을 연다. 기억식에서는 청주대학교 학생들이 연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후 3시에는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참사 11주기 목포기억식'이 열린다. 이번 기억식에는 유가족 20여 명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