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첫 공판이 14일 열린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받은 뒤 열흘 만으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윤 전 대통령과 이에 맞서는 검찰 간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尹 파면 열흘 만에 법정 출석…치열한 공방 전망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피고인 신분인 윤 전 대통령은 형사재판 출석 의무가 있다. 지난 4일 헌재에서 파면 결정을 받고 열흘 만에 민간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피고인석에 앉은 전·현직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등 총 5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변론준비기일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법정에 선 바 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 윤 전 대통령 측 입장 진술, 증인신문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먼저 윤 전 대통령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름·생년월일·직업·본적·거주지 등을 직접 진술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검찰은 공소사실을 밝히고 피고인의 인정 여부를 확인한다. 공판준비기일 등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기소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기록을 활용해 불법 기소가 이뤄졌고, 증거 수집 방식이 위법하며 공소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비상계엄 공모, 국회와 선관위 장악 및 폭동 시도 등 공소사실이 분명히 특정됐다고 반박했다.
'국헌 문란' 목적, 폭동 등 쟁점…조성현·김형기 증인신문
윤 전 대통령 형사재판의 주요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검찰은 국헌 문란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국헌 문란 목적이 없었던 만큼 내란죄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폭동이 발생했는지 판단 여부도 쟁점이다. 앞서 대법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 5·17 비상계엄 사건에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행·협박 행위를 하면 기수(범죄의 완성)가 되고, 그 목적의 달성 여부는 이와 무관하다"고 판시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평온을 해하는 폭동은 물론,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이 재판부에 직접 발언 기회를 요청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파면으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고 직권남용 혐의 등 검찰의 추가 기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첫 공판부터 치열한 공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닻을 올렸지만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 수사 기록은 4만 쪽, 검찰이 채택해야 한다고 밝힌 증인만 500명이 넘어 재판엔 상당 기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정농단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에는 13개월 정도가 걸렸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 측이 신청한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된다. 당초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변경됐다.
조 단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당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내부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조 단장은 헌재가 직권으로 부른 유일한 증인이었으며 조 단장의 주장을 탄핵심판 선고에서 사실로 인정했다. 김 대대장은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본관으로 들어가서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法, 尹 지하 출입 허용·법정 촬영 불가 결정…형평성 논란
앞서 법원은 청사 방호와 민원인 불편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윤 전 대통령이 지하주차장으로 비공개 출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공판 시작 전 언론사의 법정 내 촬영 신청을 허락하지 않아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모습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 재판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특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촬영 역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과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사건 첫 재판에서는 허가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밖에 법원은 이날 자정까지 공용차량 등 필수업무 차량을 제외한 차량의 서울법원종합청사 경내 출입을 금지하는 등 청사 보안을 강화했다. 또 일부 진출입로(출입구)를 폐쇄하고 법원 경내 집회·시위도 금지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공판이 본격화하면서 내란 혐의 관련 다른 재판 심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와 김용현 전 장관 등 전현직 군 관계자들의 공판도 이번 주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재판부가 추가 병합을 할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