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욕을 하다가 앞으로 가더니 문을 열어버리더라고요."
15일 '제주공항 항공기 비상문 개방사건' 항공기에 타고 있던 승객 A(47)씨가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사건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설명했다. A씨는 "여성 승객이 'X발' 'X발' 거려서 다들 놀랐어요. 일어나지 말라고 안내방송 나오는데, 그냥 비상문을 열더라고요"라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15분쯤 제주공항에서 승객 202명을 태운 김포행 에어서울 RS902편 항공기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30대 여성 B씨가 비상문을 무단으로 열었다.
승객 A씨와 경찰관의 얘기를 종합하면 9번째 줄에 앉아있던 B씨가 갑자기 욕을 해대며 비상문이 있는 비행기 앞쪽으로 걸어 나가자, 다른 승객이 제지하려고 뛰쳐나갔다. 비상문 근처에 있던 승무원이 자리에 앉으라고 안내하는 사이, B씨가 비상문을 개방했다. 불과 10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B씨가 항공기 비상문을 개방한 직후 일부 승객과 승무원이 B씨를 제압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마터면 대형 인명사고가 날 수 있었던 만큼, 승객과 승무원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이날 김포행 항공기를 탔다는 A씨는 "사건 수습이 이뤄지고 경찰과 항공사 직원들이 와서 B씨를 상대로 조사를 하더라고요. 조사가 끝난 오전 10시가 돼서야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었어요. 비행기에서 내리며 승무원에게 '고생했다'고 하니 울먹거리더라고요"라고 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지만, 승객 200여 명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오전 8시 출발 예정이었는데,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2시간 가까이 항공기 안에서 발이 묶여 있어야 했던 것이다. 항공사 측은 승객들에게 이날 오후 2시 대체항공편을 안내하고 점심식사 쿠폰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비상문을 마음대로 연 사람은 저희보다 빨리 내리더라고요. 다른 승객들도 다들 바쁠 텐데 항공기 안에 계속 있다 보니 소란을 피워야 빨리 내려주려나 싶었어요"라고 토로했다.
현재 제주서부경찰서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며, 제주에 사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왔다가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폐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답답해서 비상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