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향한 거대 양당의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또다시 '빅텐트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두를 굳힌 판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반명(反明) 전선을 최대한 넓혀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민의힘 지도부와 예비후보들 사이 형성된 모양새다.
실제로 '범보수 지지율 1위'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은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국민의힘 밖의 후보와도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다만, 벌써부터 결집 움직임을 보이는 반탄(윤석열 탄핵 반대)파와 달리, 윤 전 대통령과 분명한 선 긋기를 해온 찬탄(탄핵 찬성)파가 '반(反) 이재명' 구호만을 중심으로 합종연횡을 꾀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문수 등 '반탄' 회동 이어 吳·劉와도 연대 여지 열었지만…국민의힘 대선 주자들 중 최근 다른 후보들과의 '스킨십'이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김 전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2일, 같은 당 나경원 의원과 함께 청년들과 '햄버거 회동'을 갖고 청년·노동 문제 등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하루 앞선 11일에도 국회 앞에서 국민연금 개혁 관련 '연금개악(改惡) 규탄 집회'로 한 목소리를 낸 뒤 연이틀 공동 행보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 계기인 12·3 내란사태에 대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해 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을 만장일치로 선고하기 전까지는, 탄핵 기각·각하를 주장한 것도 공통점이다.
한 사람은 '윤 정부'의 구성원인 국무위원으로서, 또 다른 사람은 집권 여당의 중진이란 점에서 계엄 사태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비슷한 지점이다. 출마 직전 윤 전 대통령을 각각 면담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윤심(尹心)'에 가장 가까운 후보들이기도 하다.
김 전 장관은 추후 나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나 의원과 대화도 하고, 다른 후보 누구와도 만나 뵙고 협력하겠다"고 했다. 나 의원도 "(김 전 장관과) 심도 있는 관계로 진전될지, 최종 일 대 일(1:1)이 될지 모르겠지만 김 전 장관은 저와 생각이 공유되는 부분이 꽤 있다"고 화답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은 지난 15일에도 '반탄파'로 꼽히는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서울 마포구 박정희기념관에서 만났다. TK(대구·경북) 등 전통적 당심(黨心)에 구애하는 한편, 교집합이 큰 후보들을 시작으로 협력 가능성을 모색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빅텐트론' 관련 "이재명을 이기기 위해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 (대선에) 나와서 조금씩 다 (표를) 나눠 먹으면 이 후보가 쉽게 당선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역선택 방지 조항'과 당심 비중(1차 컷오프 제외, 선거인단 50%)을 그대로 유지한 경선 룰에 반발해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 등에 대해서도 연대 여지를 열어뒀다.
16일 유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찬탄파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을 갖고 오 시장이 주력해온 '약자 동행' 정책 등을 논의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도 소구력을 무기 삼아 '컨벤션효과'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던 오 시장의 지지층까지 끌어안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장관과 함께 1차 컷오프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홍 전 시장은 한 술 더 떠 "민주당의 반이재명 세력도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당 후보가 탄생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반이재명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다른 정치세력 간 '연정'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 전 시장 스스로의 반탄파 이미지를 희석하는 동시에, 향후 빅텐트의 구심점은 자신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러한 의지는 오 시장과의 만남으로도 이어졌다. 전날 저녁 서울 한남동 서울시장 공관에서 비공개 만찬회동을 가진 홍 전 시장은 당적에 얽매이지 않고 '반명 텐트'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홍준표 캠프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대식 의원은 만찬 직후 기자들을 만나 "유 전 의원뿐 아니라 야권에 있는 분들도 가급적 만나서 같이 의논하고 동참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한동훈 등 '미온적'인 찬탄파…"낡은 정치공학" 비판도
반탄 주자들이 '텐트를 키우자'고 목소리를 높일수록 역설적으로 탄핵 찬반 구도가 더 두드러진다는 딜레마도 있다. 찬탄파 입장에서는 이들과의 섣부른 세력 연대가 자칫 계엄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처럼 비춰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리당략을 떠나 '할 말은 한다'는 후보 고유의 정체성이 흔들릴 위험도 있다. 계엄사태가 터졌을 때 현장에서 이를 가장 앞장서 막았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부각 중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단적인 예다.
한 전 대표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원칙적으로 보수 진영의 많은 분과 연대해야 한다"면서도 "우리 당의 경선 자체를 희화화하는 방식으로 (단일화 등을) 전제하는 거라면 찬성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홍 전 시장 등이 연대 대상으로 언급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더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SBS 인터뷰에서 "지금 단일화를 주장하시는 분들의 선거전략적 능력이나 지휘능력이 결코 실제로 승리를 이끌어본 저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일화 없이도 이길 수 있는 상황으로 계속 정진해 나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개혁신당은 ''빅텐트' 스토킹을 즉각 멈추라'는 논평까지 내고 "빅텐트는 낡은 정치공학이다. 과거 패권의 잔재를 쓸어모아 권력을 재조립하겠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뭘 그렇게 자신이 없나. '반이재명'이라는 부정적 기치만으로는 세대교체를 이끌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