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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브리짓 존스'[최영주의 영화관]

때로 영화의 러닝타임은 영화관을 나선 후에도 이어집니다. 때로 영화는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비로소 시작합니다. '영화관'은 영화 속 여러 의미와 메시지를 톺아보고, 영화관을 나선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 주의
 
그 시절 우리를 웃기고 울리고 설레게 했던 브리짓 존스가 다시 돌아왔다. 25년 넘는 세월을 함께한 브리짓이 돌아온 게 반가운 이유는 그가 여전히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여전히 우리의 삶 한가운데 존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챕터에서도 우리는 브리짓과 함께 질문하고, 고민하며 그의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브리짓이 우리에게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는 4년 전, 사랑하는 남편 마크 다시(콜린 퍼스)를 잃고 싱글맘으로 살아간다. 정체된 그녀의 삶을 걱정하는 주변인들의 권유와 압박으로 데이팅 앱에서 매력적인 연하남과 만나 오랜만에 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되찾는 한편 방송사에도 복직해 일과 가정, 로맨스를 병행하게 된다.
 
고군분투하며 최선을 다하지만, 연하남과의 연애도, 직장 생활도, 아이들과의 관계도 모든 것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브리짓은 무엇이 정말 자신을 위한 삶인지 고민하게 된다.
 

지난 2001년 개봉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 이후 25년이 넘는 세월을 우리와 함께한 브리짓 존스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감독 마이클 모리스)로 새롭게 돌아왔다. 워킹 타이틀에게 '로맨틱 코미디 명가'라는 수식어를 각인시킨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강점 중 하나는 '공감'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남편 마크를 잃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으로 돌아온 브리짓이 어떻게 하면 제대로 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떠난 이를 잘 애도하고 아픔을 극복할 것인가, 그 방법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다.
 
브리짓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고, 영화 안에서도 우리와 함께 세월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중년이자, 싱글맘이자, 이별의 아픔을 지닌 브리짓은 제목처럼 지난 시간을 딛고 새로운 시작점에 한 발 딛고자 한다.
 
남편 마크가 떠난 지 4년이지만, 브리짓의 곁에는 여전히 그가 맴돈다. 그만큼 그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아직 브리짓 안에 가득하다. 그렇지만 두 아이를 돌보는 것도 소홀할 수 없다. 여느 싱글맘처럼 5분은 커녕 1분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틈이 없고,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 것일지 고민도 많고 죄책감도 든다. 그런 브리짓을 향해 지인들은 각자만의 조언을 던지지만, 그 조언조차 받아들일 마음의 공간도, 시간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삶 속에서 브리짓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살아갈 자신이 있냐'는 질문과 '제대로 살아가라'는 조언을 떠올리며 다시 워킹맘으로 복귀한다.
 
캐릭터 잠옷을 벗어 던지고, PD로서 전 직장인 방송사에 복귀하고, 연하남과의 뜨거운 여름을 보낸 브리짓에게 다가온 건 '현실'이다. 오랜만에 복귀한 직장에서의 치열한 삶과 잠시간의 사랑에 설렜던 브리짓은 그러나 마냥 이전처럼 슬퍼하지도, 좌절하지도 않는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감정을 오르내리고, 또 걸으면서 브리짓은 자신만의 길과 마법을 발견한다. 떠난 이를 잊으려 노력하지 않고 기억하며 현재의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임을 찾아낸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도 만난다. 그렇게 브리짓의 새로운 챕터는 브리짓답게 마무리된다.
 

브리짓에게 던져진 질문들과 브리짓의 고민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브리짓의 질문과 고민은 우리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영화 내내 브리짓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내게 된다.
 
브리짓과 함께 만난 길은 외길이 아니다. 브리짓을 향해 주변에서는 사랑을 해야 한다와 사랑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상반된 조언이 이어진다. 그런 브리짓이 찾아낸 길은 '둘 다' 가능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실의 아픔을 표현할 수 있는 명확한 단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듯이 이를 이겨내고 살아가는 것 역시 각자만의 방식이 존재한다. 어느 하나의 가치, 하나의 길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면서 각자만의 방향을 선택해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브리짓이다.
 
그렇기에 브리짓 존스가 여전히 사랑스러울 수 있고, 영화사에 기억될 독보적인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브리짓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또 위로를 받는다.
 

중년이 되어 얼굴에 한가득 세월을 담은 우리의 브리짓 존스, 르네 젤위거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브리짓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곁에 존재할 것만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브리짓을 통해 위로받았던 시간, 그와 함께했던 지난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브리짓을 브리짓으로 만든 건 르네 젤위거의 힘이다. 그 힘을 다시 마주하니 반가울 따름이다.
 
휴 그랜트 역시 세월이 흘렀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특유의 웃음으로 다니엘이 돌아왔음을 증명했다. '헤레틱' 속 섬뜩한 빛을 뿜어내던 모습 때문에 그를 이전처럼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접어둬도 된다.
 
125분 상영, 4월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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