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세일즈 외교에 공을 들였다. 3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21차례 해외순방을 통해 27개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매 순방은 아슬아슬했다.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하며 역대 대통령과는 반대로 순방 때마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순방리스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가치외교를 표방하며 사실상 한미동맹에 '올인'하는 외교정책을 폈지만 동맹보다 실리가 우선인 트럼프 시대를 유효하게 대비하지 못했다.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며 일본과의 관계 복원에 힘썼지만 사도광산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①전국민 청력테스트 전락한 '바이든 날리면'
사고는 두 번째 순방 만에 벌어졌다. 2022년 9월 윤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난 후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한 발언이 문제였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과 함께 녹음 된 윤 전 대통령의 육성이 보도됐다. 즉각 미국 의회와 의원들에 대한 비속어를 썼다는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10시간 만에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발언했다고 해명했고 '전 국민 청력테스트'라는 냉소를 얻으며 순방 결과는 묻혔다.
②순방 때마다 따라다닌 '김건희 논란'
김건희 논란은 순방마다 따라 다녔다. 2022년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순방에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동행해 김건희씨를 수행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통령 전용기에 민간인이 탑승한 셈이다.
2023년 7월에는 김씨가 순방 중 리투아니아 명품 매장에 방문하는 장면이 현지 언론에 포착됐다. 여권은 "리투아니아의 큰 산업이 섬유와 패션"이라며 엄호했다. 해당 순방 출국 당시 전용기에 올랐을 때 김씨의 손에는 에코백이 들려 있었다.
③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결국 고개 숙인 尹
119대 29. 2023년 11월 2030세계박람회 유치 투표에서 부산은 리야드에 압도적인 참패를 당했다.
민관대표단은 지구 495바퀴를 도는 거리를 움직이며 각국 정상과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 정부는 마지막까지도 박빙 결과를 예상했다.
충격적 득표차를 두고 정부의 정보력과 외교력 등 역량 부실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사과에 인색했던 윤 전 대통령도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④뒤통수로 돌아온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2024년 7월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노역을 했던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후속조치'를 약속받았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후속조치는 없었다. 합의 직후 마련된 전시관에는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극우 성향의 일본 인사가 추도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되며 한국 정부는 급하게 추도식 불참을 결정했다.
⑤불법계엄으로 한순간에 '요주의 국가' 낙인
12·3 내란으로 한국은 동맹국들에게 요주의 국가로 간주됐다. 국가 신인도는 급락했다. 윤 전 대통령은 "외교적 영향뿐 아니라 70년 동안 대한민국이 쌓은 성취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외교부장관의 호소도 무시했다.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조차 "심한 오판"이라며 이례적으로 계엄사태를 비난했다. 외교는 '올스톱'됐고 탄핵국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과 겹치며 상호관세 대응 등 외교 골든타임도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