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헌재)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만장일치 파면 선고가 이뤄지자 전광훈씨 등 거리의 극우 인사들은 이 선고마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스스로도 사실상 승복 메시지를 냈음에도, 이들은 헌정질서 최종 수호 기관인 헌재의 만장일치 선고까지도 부정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주말인 5일 전씨가 이끄는 이른바 '광화문파'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 집결해 불복 집회를 전개할 예정이다. 전씨는 지지자들을 향해 '국민 저항권 발동' 등을 언급하며 선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에 모여달라" 전광훈, 불복 집회 예고
전씨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이날 오후 1시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자유통일 광화문천만대회'를 열 예정이다. 경찰에 신고한 집회 인원은 20만 명이다.
대국본은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해서 그의 정신까지 탄핵할 수는 없다"며 "국민저항권을 실천하며 자유를 수호하는 싸움이 시작됐다.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기 위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밝혔다.
나아가 전씨는 사랑제일교회 관계자 등과 함께 조직한 '국민저항권위원회'를 통해 향후 '광화문파'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같은 날 밝혔다. 그는 선고 직후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집회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50% 중반대로 올라갔는데, 국민 의사를 무시하고 헌재가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거침없는 막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전부가 아니다. 국민저항권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국민 저항권 행사를 위해 내일 광화문 광장으로 3천만 명 이상이 모여야 한다"며 "안 모이는 사람들은 북한에 살기 원하는 사람으로 간주하겠다. 헌법재판소의 오늘 판결은 사기"라는 궤변도 덧붙였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선고 직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며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과거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직후 윤 전 대통령이 발표한 "국민들과 함께 싸우겠다"는 취지의 대국민 메시지 내용과 비교하면 그가 사실상 헌재 판결에 승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親전광훈 보수 유튜버 "언론 때문…'미디어 전쟁' 해야"
전씨와 함께 '광화문파'를 이끄는 신혜식씨는 언론의 왜곡 보도 등이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이유라며 '미디어 전쟁'을 선포한다고 예고했다. '국민저항권위원회'와 함께 전씨 측이 내세운 향후 집회 계획은 자유일보 '국민 기자단' 활동이다. 자유일보는 전씨 자녀가 발행인으로 이름을 올린 매체다.
신씨는 "우리가 참혹하게 당한 이유는 잘못된 언론 미디어 때문"이라며 "전광훈 목사가 국민저항권위원회뿐 아니라 국민기자단을 만들어서 각계 전투를 벌이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씨 측은 그동안 광화문 집회를 통해 국민기자단 활동을 홍보해 왔다. 기자증, 명함, 위촉장과 함께 소정의 교육을 받으면 기자로서 활동할 수 있다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국민기자단' 참여를 독려해왔다. 이와 관련해 보수 유튜브 '홍철기 TV' 운영자는 "자유일보가 1등 언론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광훈, 4∙19혁명 언급하며 또 '국민저항권 선동'이번 주말 집회 이후에도 전씨 측이 주최하는 '불복 집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씨는 탄핵 선고 직전 집회에서 "4∙19 혁명이 일어난 이유가 부정선거다. 이번 계엄령도 부정선거를 잡아내려고 한 것"이라며 "4∙19와 5∙16 혁명으로 국가를 새로 재건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저 상태로 두면 안 되고 대법원 아래 새로운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만 정권의 불의에 항거해 시민들이 일으킨 4∙19혁명을 현 상황에 끌어온 것으로, 이 역시 '불복 집회' 동력을 찾기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