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잠룡들의 시간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 속 비토 정서를 어떻게 완화하는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의 사정은 훨씬 복잡하다. 12·3 내란 사태 과정에서 부각됐던 강성 지지층의 결집세 유지 여부가 경선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와 비윤계로 경선 구도가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 경선 컷오프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두권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김문수 부동의 1위? 느슨해지는 강성 지지층 결집세
국민의힘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향후 대선 일정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 등 당내 분열을 촉발할 수 있는 만큼 결론을 서둘러 내리지는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의총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향후 일정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국민 목소리를 겸허히 듣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답했다.
헌재 선고 직후 보수 진영 내 대권주자들의 반응 역시 묘하게 엇갈렸다. 비윤계 중도 보수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헌재 결정을 수용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곧바로 냈다.
안 의원은 "혼란과 갈등의 밤을 끝내고, 국정 안정과 국민 통합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했고, 유 전 의원은 "보수 재건에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날 오후 "고통스럽더라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자유민주주의"라며 "끝이 아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극복하자"고 밝혔다.
반면 친윤계 강성 보수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좀더 시간 차를 갖고 입장을 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여, 더욱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국민 모두 힘을 모아 앞으로 나가자"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헌재 판단이 나온 다음날 "탄핵 반대의 그 열정을 차기 대선으로 모아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은 갈등과 분열이 없는 국민통합의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주요 주자들이 시간 차를 두고 입장을 낸 배경에는 헌재 선고에 대한 입장을 기다렸다는 듯 빨리 내면 강성 지지층에 미움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강성 보수 후보들의 약진은 헌재 선고 기일이 지정된 이후 약화한 듯한 모습이다. 지난 2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도 보수 결집세가 확연히 느슨해졌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물밑에서는 경선 룰 세팅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당시 1차 경선과 2차 본선으로 최종 후보를 가렸다.
이번에는 경선 컷오프를 3명으로 할지, 4명으로 할지 등을 놓고 친윤계와 비윤계가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강성 보수 후보가 둘, 중도 보수 후보가 둘이 될지 말지 여부로 본선 구도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며 "지금까지 여론조사 흐름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세론, 반전 드라마는 없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실상 후보직을 확정했다는 반응이다. 당내 유일한 관심사는 이 대표의 사퇴 시점과 메시지다.
민주당 당헌은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을 '대통령 선거일 전 1년까지'로 규정하고 있지만,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 의결로 시한을 달리할 수 있게 했다. 현직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1년 전 사퇴' 규정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다음주 초반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는 형식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헌재 선고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지금 제일 중요한 과제는 신속하게 나라를 안정시키고 우리 국민들께서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경제나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될 제일 중요한 과제"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비명계 주자들과 조국혁신당에서 이 대표에게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경우 밋밋할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또 무당층 비율이 30% 중반대를 넘어선 것 역시 고민 지점이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NBS 조사에서 없다·모름·무응답이라고 답한 비율은 36%로 이 대표 지지율(33%)보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