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 동호인 최대 규모 대회에서 60대 베테랑들이 20~30대 강자들을 제치고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조길우(63)-김학윤(62) 조는 6일 경기도 구리시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에서 열린 '2025 NH올원뱅크 아마추어 테니스 오픈' 남자 오픈부 결승에서 최한민-신상협 조를 6 대 4로 눌렀다. 우승컵과 함께 농협 상품권 200만 원을 거머쥐었다.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패권을 탈환했다. 당시 조길우-김학윤 조는 김치권-남궁범수 조를 꺾고 오픈부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무엇보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고수들이 총출동하는 최대 규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8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우승 상품으로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호주오픈은 물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파리 마스터스, 상하이 마스터스 등 참관권을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상품권으로 바뀌었는데 한국동호인테니스협회(KATA) 주관 대회 중 최대 규모다.
특히 이 대회는 55세 이상이 출전하는 베테랑부가 없다. 20대부터 출전하는 오픈부만 열리는데 KATA 오픈부 랭킹 1위 손이수, 2위 김재원, 3위 최한민, 4위 윤충식 등 쟁쟁한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운동 능력이 절정에 이른 20~30대는 물론 경험까지 갖춘 40~50대 선수들을 제치고 관록의 60대 듀오가 우승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조길우, 김학윤 씨는 동호인 테니스의 전설로 불린다. "레슨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조 씨는 1950년생으로 오픈부, 베테랑부 등 150회 우승을 달성한 동호인 테니스의 대부 성기춘 KATA 회장(75), 김 씨 등과 100회 이상 우승을 달성했다. 체육 교사 출신인 김 씨 역시 성 회장, 조 씨 등과 오픈부 약 60회, 베테랑부 약 40회 정상에 올랐다. 조 씨는 "지도자부까지 너무 우승을 많이 해서 정확한 횟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김 씨도 마찬가지다.
조 씨는 "베테랑부와 통합해 열리는 오픈부라 젊은 친구들이 많이 나와 힘들었다"고 했다. 김 씨도 "30년 테니스를 하면서 가장 컨디션이 좋지 않아 엄청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둘은 "마음을 비우고 하니 되더라"면서 "잘 하는 선수들이 모두 나온 대회에서 우승하니 더욱 뜻깊다"고 미소를 지었다.
오픈부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들은 경기도 고양시 농협대학교 테니스장에서 열렸다. 여자부 최고수들이 나서는 국화부에서는 김사랑-강정화 조가 선나영-방도선 조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개나리 부서에서는 송주리-정소현 조가 정상에 올랐다.
연세대학교 테니스 동아리(YUTT)는 남녀 대학동아리부를 석권했다. 남자부에서는 중앙대를 꺾고 4연패를 달성했고, 여자팀은 서울대를 누르고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5일 열릴 예정이던 남자 신인부는 비로 연기됐다. 이번 대회 우승팀은 200만 원, 준우승팀은 100만 원, 공동3위는 60만 원 등의 농협상품권을 받았다. 대학동아리부는 팀당 100만 원(우승), 70만 원(준우승), 40만 원(공동3위)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6일 농협대학교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최동하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임영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 성기춘 회장 등이 참석했다. 최동하 부행장은 "농협은행은 지난 50년간 테니스팀을 운영하는 등 오랜 기간 국내 테니스의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면서 "이런 활동이 최근 결실을 보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도 보다 많은 분들이 테니스를 즐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여자 테니스 유망주인 최서윤(김포통진고)가 최 부행장에게 주니어 후원금을 받았다. 지난해 NH농협은행 테니스팀에서 은퇴한 최지희는 올해 용산지점 은행원으로 변신해 현장을 찾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