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 효력이 애초 예정대로 오는 15일부터 발효될 전망이다.
정부는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위해 지난달 20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미를 비롯해 미국과 고위급 및 실무자급 협의를 벌여 왔지만, 발효 예정일 이전 지정 해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미 산업부는 지난달 24일 안덕근 장관 방미 결과를 설명하면서 "안 장관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문제 해결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뤄 실무협의도 벌였지만, 민감국가 효력 발생 예정일 이전 우리나라 지정 해제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비관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가 민감국가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과거 사례에 비춰봐도 오는 15일 지정 효력 발생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1981년 제도 시행 당시 우리나라가 민감국가 목록에 포함됐고, 우리 정부가 1993년 12월 지정 해제를 요청했으나 실제 해제는 이듬해 7월에야 이뤄졌다. 우리 정부의 해제 요청부터 미국의 수용까지 약 7개월이 걸린 것이다.
민감국가 지정 효력 발효에 따른 심각한 우려는 원자력과 AI(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등 첨단 연구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에 큰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에너지부 장관은 민감국가에 속한 국가의 시민이나 대리인이 미국의 국가안보 연구소에 출입할 경우 사전 신원 조회를 완료하지 않으면 출입을 허가할 수 없다. 민감국가 지정 효력이 발효되면 우리나라 연구자는 미국 연구소를 방문하기 최소 45일 전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에너지부 직원이나 소속 연구자가 우리나라를 방문하거나 접촉할 때도 추가 보안 절차가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민감국가 지정에도 우리나라가 연구개발이나 과학기술 등 미국과 교류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미국 입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감국가에 등재되더라도 한미 간 공동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에 새로운 제한은 없다는 것이 미국 에너지부 설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입수한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 연구지원 프로그램인 '예측과학 아카데믹 얼라이언스 프로그램'(PSAAP) 공고문에는 '미국 시민 또는 민감국가에 해당하지 않는 나라 시민에게만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민감국가로 지정돼도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우리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