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물론 연예인들까지도 이른바 '지브리 프사' 열풍에 탑승한 가운데,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회의가 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지브리의 화풍을 따라 사진을 변환, 프로필로 등록하는 이른바 '지브리 프사'가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SNS에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를 게시했다.
국내에서도 일반인들은 물론 가수 윤종신, 손담비, 코미디언 이은형, 방송인 전현무, 오상진 등이 '지브리 프사'를 SNS에 올리면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윤종신은 자신의 SNS에 해당 이미지를 게재하며 "지브리에서 주연은 못 할 캐릭터다"라고 했으며, 송지은은 남편이자 전신마비 유튜버인 박위가 두 발로 서 있는 모습의 이미지를 올렸다.
이러한 가운데 챗GPT가 지브리를 비롯한 특정 콘텐츠 화풍을 원작자 동의나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IT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김덕진 소장은 지난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우리가 말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는 건 저작권이라고 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지금 저작권 줄타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이와 관련된 소송이나 여러 가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행이 번지면서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회의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지난 2023년에도 파 아웃(FAR OUT)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생명 그 자체에 대한 모욕이다. 정말 역겹다. 나는 이 기술을 내 작업과 결합하고 싶지 않다"라고 비판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앞서 미야자키 감독은 2019년 한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도 "AI가 만든 결과물은 실제로 작업하는 사람의 고통을 전혀 모른다. 이런 기술들은 절대로 나의 작품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만화 '원피스'의 애니메이션 감독 이시타니 메구미 역시 자신의 SNS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지브리 프사'에 관해 "지브리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면서 "법적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 지브리가 싸구려 취급을 당하는 것을 견딜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녕 자두야' 이빈 작가도 "가족사진을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으로 만들었다며 즐거워하는 일반인 친구를 봤다"라며 "친구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나는 힘이 빠져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