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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괴물' 윤석열을 만든 정치환경…기억이 개혁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2006)>중 영화 초반 한강공원에서 벌어지는 괴물의 첫 등장씬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평화롭던 시민들을 한순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괴물은 주한미군이 무단방류한 포름알데히드의 영향 때문에 생겨난 돌연변이였다. 지난해 12월 3일, 현실 속의 괴물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괴물 윤석열, 그는 민주화 이후 가장 폐쇄적이고 독재적인 대통령으로 등극했다. 어떻게 등장한 것일까?
 
첫째, 괴물의 탄생은 국민의힘이 조성한 오염된 정치환경이 불러왔다. 당내민주화 실패와 고질적인 계파정치는 정당 내부에서 인물을 키워내는 기능을 마비시켰다. 이른바 '불임정당'이 된 국민의힘은 대선 때마다 인기에 영합한 '깜짝인물' 수혈에 의존해 정당정치를 왜곡시켰다. 2017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후보로 옹립하는데엔 실패했으나 2022년 대선 때는 검객 출신 윤석열을 앞세워 정권을 잡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외부수혈은 정당의 실패를 넘어 국가의 위기를 초래하는 도박이었다. 당내에서 차기 지도자감을 키워내지 못하고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잘라내면서도 집권 프리미엄의 단물은 빨아먹고 싶은 습성, 문제는 이로 인한 정당정치 왜곡이 괴물을 낳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적 리더십이나 정책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게 막강한 권력을 쥐어준 대표적 사례가 윤석열이다.
 
국민의힘이 탄생시킨 윤석열 정권은 임기 초부터 헌법파괴의 전조증상을 보였다. 0.73%p라는 역대 최소 득표차로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협치 대신 독선을, 정치 대신 폭력을 택했다. 대통령을 배출한 공동운명체 국민의힘은 민의를 반영하는 일에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했지만 임기 내내 이른바 용산출장소로 전락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에도 국민 편에 서는 대신 극우세력과 동행하며 내란동조 행태를 보였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다.
 

둘째, 극단적 진영논리가 제대로된 인물검증을 가로막아 결과적으로 괴물의 출현을 불렀다. 극우층만 붙잡으면 최소 영남당은 확보한다는 생각, 정의보다는 의리의 편에 서려는 정치 모리배들의 대국민 배신의 정치는 선거로 심판해야만 바로잡힌다. 탄핵 반대편에 섰던 대표적 인물인 윤상현 의원은 한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욕 많이 먹었는데 1년 후에는 '의리 있다'라는 얘기를 들으며 무소속 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한껏 달아올랐다가 식는다는 걸 노련한 정치꾼이 간파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내 공천이든 전국 단위 선거든 유권자가 깨어야 정당민주주의도, 정치개혁도 가능해질 것이다. 정치가 밥먹여준다는 절박감을 갖고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헌법을 지키기 위한 예방책이다. 보수주의 창시자인 영국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는 일찌기 "악이 승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한 자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로 정치 무관심을 경계했다.
 
헌법을 무력화시킨 내란세력이나 내란동조세력들에 대해선 유권자들이 몇 년이고 기억해서 정치적 심판까지 내려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불보듯 뻔한 위헌도 위헌이라 말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이 한줌 극우세력에 눈도장을 찍고 중도층의 망각에 기대는 일이 반복된다면, 정통 보수정당은 소멸하고 대한민국 정치는 악순환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기억이 곧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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