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께 대놓고 요청드리겠습니다. 계좌에 도움이 되시는 분들, 후원을 부탁드리고…"
"소액도 괜찮습니다. 단돈 1천 원, 2천 원이라도…"
극우 유튜버들의 수익 창출을 차단하는 카운터스. 일명 '극우 추적단'이라고 불리는 계정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구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운영자 A씨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더럽다고 무시하면 바뀌는 게 없다"며 "소귀에 경 읽기라도 해야 한다. 듣지 않을 것 같다 해서 아무도 얘기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다"고 행동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12 ·3 내란 사태' 이후 극우 유튜버들의 활동이 정점에 달했다. 단순히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수준을 넘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로까지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월 19일 발생한 '서부지법 난동 사태'다. 다수 극우 유튜버들이 촬영 장비를 들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무단으로 난입해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현장을 혼란케 하는 장면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일부는 자신이 현행범으로 체포될 것이 두려워 부상이나 방송 등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기동대 1400명을 투입해 진압에 나섰고, 약 3시간 30분 만에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A씨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어떠한 행동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위협감을 느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12 ·3 내란 사태 이후 극우 현상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가장 큰 계기가 됐다"며 "민주주의가 위기에 몰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우 유튜버들이 법원에 들어가 말도 안 되는 난동을 일으켰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들이 누구인지, 갑자기 어디에서 나온 사람인지가 궁금했단다.
A씨는 "세계적으로 극우 현상 탓에 몸살을 앓는 나라가 많았다. 미국과 유럽 모두 그렇다. 하지만 한국의 극우는 고령화됐던 걸로 기억한다"며 "그러나 계엄 이후에 훨씬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젊어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더 활동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 같았다"고 행동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극우 유튜버들이 조장하는 이른바 '갈라치기'를 멈춰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A씨는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 정서를 유발하려는 채널과 영상들이 유독 많았다"며 "예를 들어, '화교면 수능 6등급을 받아도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식의 영상을 뿌려 어리고 젊은 층에 반중 정서를 심는다. '우리나라를 중국이 곧 지배할 것'이라는 공포심도 심는다. 이를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극우 유튜버들이 수익을 얻는 경로를 먼저 알아야 했다. A씨는 "수익은 보통 '슈퍼챗'으로 얻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은 멤버십, 아니면 광고 수익으로도 돈은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고가 계속 들어가면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구조들이 끊어진다"고 덧붙였다.
그가 운영하는 '카운터스'라는 이름은 지난 2018년 광복절에 개봉한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혐한에 맞서는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 감시 대상은 세 개의 분류로 나뉜다. A씨는 "우선 극우 유튜버들이 그 대상이다. 극우 집회에 나오는 사람들도 감시한다. 또 30개 이상의 오픈 채팅방에도 잠입해 가짜 뉴스 확산을 막고, 여론 조작·욕설 행위를 저지한다"고 전했다.
A씨는 집회 현장의 살벌한 분위기를 느꼈다고 한다. 그는 "과거만 해도 노년층이 다수였다. 앞줄에만 젊은이들이 몇 명 앉아 있는 정도였다"면서도, "최근 진행되는 '윤 어게인(YOON AGAIN)' 집회에 가보면 젊은 사람들이 전보다 많아졌다. 시위에 광기가 더해진 모습이었다.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였다"고 우려했다.
또, 몰래 들어간 오픈 채팅방에선 가짜뉴스가 공유되거나 과격한 발언이 나왔을 때 이를 신고한다고도 밝혔다. A씨는 "뉴스 링크를 공유해 좌표를 찍고 반응을 조작하는 움직임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예를 들어 불리한 기사 댓글이 많은 추천을 받았을 때, 다 같이 몰려가 비추천 버튼을 눌러 해당 댓글을 끌어내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효과는 분명했다. 극우 추적단 계정은 활동 이후 주목을 받으며 팔로워 수가 6천 명을 넘어섰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후원이나 광고 수익이 끊기면서 계정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으며 신고를 우려해 욕설이 포함된 영상을 스스로 삭제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그는 오픈 채팅방에서도 자정 작용이 일어난다고도 알렸다. A씨는 "누군가 '빨갱이' 같은 과격 표현을 쓰거나 욕설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신고 당할 수도 있으니까 지워라'라며 눈치를 준다"고 말했다.
A씨의 활동이 유명해지면서 '극우 추적단'을 돕거나 후원하고 싶다는 여론도 점차 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저도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저 각자 위치에서 신고를 잘해주시는 게 제게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A씨는 "더럽다고 무시하지 마시고, 신고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소귀에 경 읽기라도 해야 한다. 아무도 얘기하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