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대선의 막이 올랐다. 선거 기간이 짧은 만큼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시계도 가까운 시일내 본격화할 조짐이다. 늦어도 이번주 내에는 출사표를 던지고 대권가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독주 중인 이 대표를 향한 견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범진보진영을 통틀어 경선을 함께 치르자는 제안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논의도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지지층 중심의 '마이웨이'를 걸을지, 최근 보인 '중도행보'를 지속하며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낼지 첫 시험대가 펼쳐졌다는 평가다.
李, 수일 내 조기대선 출마 공식화 전망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이번주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조기대선 출마를 공식화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날짜로는 오는 9일이 언급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국무회의에서 대선 날짜를 정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대선 날짜가 확정되고 이튿날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자연스레 사의를 표한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일찌감치 당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이 경우 대통령 파면이라는 국가혼란 속에 기다렸다는 듯 기회를 잡는 모양새가 역효과를 부를 수 있어 가급적 진중한 태도로 대선에 임하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대표도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가진 비공개 최고위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일이 발생한 자체가 비극이다. 신날 일이 아니다"라며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전해진다.
경선룰·개헌 논의 등 李 견제도 본격화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임박하면서 견제도 가시화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에서 꺼낸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를 포함해 범진보진영의 모든 대선 후보가 참여하는 경선 방식이다. 최종 후보는 권리당원을 배제한 채 100% 온라인 일반 국민 투표로 뽑는다.
혁신당은 현재 범야권은 물론 시민사회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경선으로 최종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점을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의 필요성으로 꼽고 있다. 내란을 확실히 종식하고, 내란 세력인 국민의힘이 집권할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원내 제1당이자 과반의석 정당인 민주당 내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대표로서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마뜩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혁신당의 경우 조국 전 대표 수감으로 국민적 인지도를 가진 대선 주자가 없는 탓에 고육지책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제시했다는 분석이 적잖다. 여기에 이 대표 '일극체제'를 깰 변수가 필요한 비명(비이재명)계 잠룡들이 이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이 대표 측에서는 달가울 리 없다.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도 전날 국회 간담회에서 "각 당이 대통령 후보를 정하고 이후에 단일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며 참여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선 기간이 60일로 짧은 만큼 오픈 프라이머리를 치르기에는 현실적인 여유가 없다는 점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수면 위로 올라온 개헌 논의 역시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지점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도 동시에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핵심은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이다.
우 의장은 "지금이 개헌을 성사시킬 적기"라며 "새 대통령 임기 시작 전에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 헌법개정 특위'의 신속한 구성도 요청했다. 12·3 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계와 원로들도 개헌의 필요성에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대표로서는 개헌 또한 쉽지 않은 과제다. 개헌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지만, 조기대선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덥썩 개헌 논의에 뛰어들었다가 임기단축 등을 요구받게 된다면 유리할 것이 별반 없기 때문이다.
李 입장 따라 중도층 표심 유동 영향그럼에도 경선룰과 개헌 논의는 조기대선에 첫발을 딛는 이 대표에게 일종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두 사안을 모두 외면하거나 불분명한 입장을 보인다면 자칫 첫단추부터 '불통' 이미지가 따라붙을 수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오픈 프라이머리 요구와 개헌 논의에서 이 대표가 얼마나 합리적인 카드로 돌파할지가 관건"이라며 "첫발부터 삐걱거리면 짧은 기간 치러지는 대선 내내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대표가 어떤 입장을 내놓는냐에 따라 표심도 움직일 공산이 크다. 특히 중도층 표심을 확보하는 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권리당원 중심의 경선룰만 고집하거나 권력구조 개편 개헌에 소극적이라면 중도층 확장에 적잖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앞서 이 대표도 개헌의 필요성을 스스로 언급했는데, 비상계엄 이후에는 내란종식이 우선이라며 말을 삼가고 있다"며 "우 의장의 제안 이후 이미 친명계에서는 개헌에 반발하는 목소리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일부 의견보다는 대의적인 관점에서 개헌 논의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