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적 관세정책에 '미국채 금리급등'이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에 따라 금리를 낮추기 위해 연방준비제도가 나설지 16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의 연설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시시각각 변하는 관세정책…트럼프 '아킬레스', 금리로 확인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한 핵심 원인으로 미국채 금리 급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지난 3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로 하락했는데, 8일 장중 4.5%까지 치솟았다.
이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넘는 수준으로 경기침체의 결정적 '신호'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도 주식시장 하락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관세 유예 당일 "채권시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람들이 약간 불안해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시장 변화를 주시하라"고 밝힌 바 있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이상의 국채 금리 환경은 경기침체의 분명한 전조에 해당한다"면서 "2월 3일 멕시코와 캐나다 관세 부과 유예 조치와 4월 9일 중국 제외 관세 90일 유예 발표 모두 성장률을 넘어서는 시장금리 속등 이후 나왔다"고 설명했다.
영국 역사상 최단기간 재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사임한 결정적 원인이 금리 급등인 점도 관심을 받는다. KB증권 김상훈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유예 주요 배경으로 미 금리 급등이 언급되는 중"이라며 "2022년 영국 금리 급등발 트러스 총리 사퇴가 재조명된다"고 말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2022년 9월 취임과 동시에 450억파운드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시장은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봤고 영국채 10년물 금리는 1%p 넘게 올랐고, 그 영향으로 영국 연기금 등의 마진 콜이 발생했다. 영국 정부는 급등하는 물가 속에서 650억파운드의 채권을 매입하며 사건을 봉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감세에 있고, 그 과정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실제로 보수 성향의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 리포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일 기준 취임 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트럼프와 공화당에 우호적인 언론의 지지율이 1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50%를 하회하고, 주식보다 채권 금리가 불안해진 이후 관세 정책이 후퇴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채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 관세 '협상'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채 금리 안정 카드는?…연준 개입 가능성도
시장의 관심은 미국채 금리 안정을 위해 연준이 나설지 여부에 집중된다. 연준 인사들은 개입 가능성을 열어 둔 모습이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수전 콜린스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연준이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 "필요하다면 전적으로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고, 뉴욕 연은 존 윌리엄스 총재는 "통화정책은 위험을 최선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16일 연설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보다 QT(양적긴축) 조기 종료 등 유동성 공급으로 미국채 금리 안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자칫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 자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국채 매입 등 국채시장에서의 수급 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공 연구원은 이어 "연준의 대응이 지금 곧바로 시행될 경우 자칫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채 금리가 현재 수준을 넘어 추가로 더 변동성을 키울 경우를 대비한 예비 단계일 가능성 정도에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채 매수를 요구할 가능성과 미국 정부 차원에서는 오는 30일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할 때 장기채의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2023년 하반기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미국채 발행 증가로 금리가 상승하자 재무부는 2023년 11월 1일 단기물 발행 비중을 확대하며 금리 상승을 억제한 바 있다"면서 "베센트 장관이 금융시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