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①[인터뷰]이금규 변호사 "尹 파면은 시작…내란 잔불 정리해야"
②[인터뷰]"우리도 얼싸안았다"…尹탄핵 콤비 전형호·황영민 변호사
(계속)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기까지, 국회 탄핵소추위원 법률대리인들의 사무실도 매일 새벽까지 불을 밝혔다. 12년 전 로스쿨 동기로 만난 법무법인 새록의 전형호·황영민 두 변호사는 '함께 또 서로를 채워가며' 헌정사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인용이란 결론에 함께 다다랐다.
전형호 변호사는 "선고 후 언론에는 김진한·장순욱 변호사가 얼싸안는 모습이 많이 나왔지만, 사실 심판정에서 저희도 얼싸안았다"라며 웃었다. 그는 "끝나고 나니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몸 고생도 생각나고 황 변호사가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두 변호사는 지난 10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탄핵 심판 변론 과정을 되짚었다. 그들은 선고 직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을 나와 정독도서관을 지나 경복궁역으로 향하던 길에서 만난 시민들의 얼굴을 기억했다. 황 변호사는 "시민들이 춤을 추고 환호하고 풍악을 울리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선고의 힘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3개월의 변론…기다리던 '주문'
국회 측 대리인단은 증거조사팀과 본안팀으로 나뉘어 합을 맞췄다. 두 사람은 본안팀에서 준비 서면 작성에 몰두했다.
-12·3비상계엄 후 4개월이 지나 나온 헌법재판소의 대답이었습니다. 심판정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란 15글자를 들었을 때 감정이 어땠나요?
황영민 변호사 "되게 먼 길을 돌아왔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재판정에서는 환호를 지를 수 없어 끝나고 나서 더 실감이 났던 것 같아요"
전형호 변호사 "기각이 나올 거라 생각한 적은 없어요. 딱 선고가 나니까 권영빈 변호사님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예!' 하신 거예요. 나중에 들으니 이원재 변호사님은 눈물을 흘리셨더라고요. 문형배 재판관님이 중간에 이유를 읽을 땐 국회 측과 피청구인 측을 계속 보면서 얘기하시다가 마지막에는 정면을 보고 말씀하시는데 '굉장한 퍼포먼스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는 윤석열 '전' 대통령입니다. 탄핵심판을 받은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심판정에 출석했는데 국회 대리인단도 예상하셨나요?
황 변호사 "안 나올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었는데, 워낙 평가가 '말하기를 좋아하는 분'이라고 하니 만약 한 번 나오면 계속 나올 거로 생각했어요."
전 변호사 "저는 오히려 반대였어요. 첫 변론에서 재판장으로부터 말하기 힘든 질문을 받은 거예요. 그래서 또 나오면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고 여기고 안 나올 수도 있겠다라고 했는데 두 번째 또 나오더라고요."
'아무 일' 엮던 특수통 尹 "아무 일도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은 8차례나 심판정에 출석해 직접 발언도 했습니다. 분노했던 대통령의 말이 있었나요?
전 변호사 "제일 분노했던 건 '아무 일도 없었다.' 특수부 검사였던 윤 전 대통령은, 특수부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아무 일도 아닌 것들을 엮어 그럴듯한 일로 만들거든요. 그런데 본인은 전 국민이 생방송으로 봤던 (비상계엄 당일의) 그 일을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하는 얘기하는 모습이 제일 실망스럽고 화가 나는 장면이었어요."
-윤석열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직접 증인신문했습니다. 포고령 작성 경위를 두고 윤 전 대통령은 집행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그 상황은 기억하고 계십니까?"라고 묻고 김 전 장관이 맞장구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는데요.
황 변호사 "사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옛날 코미디 프로'를 보는 것 같은 느낌… 김 전 장관은 별생각이 없는데,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이 생각하는 걸 주입하기 위해 얘기하고, 마치 맞장구치듯이 하는 그 장면이 '80년대 코미디' 같은 느낌이었어요."
전 변호사 "전형적인 유도 신문이거든요. "우리 둘이 이렇게 있었는데 우리 이렇게 하지 않았니?" 하면 "오 맞다" 원래 유도 신문을 할 때는 미리 잘 짜서 나와요. 그런데 김용현 전 장관이 "아, 저도 지금 들으니까 기억납니다"란 안 붙여도 될 말을 붙인 거죠. 내란죄 재판 리허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장면이었어요."
증언대 선 국무위원들에도 실망…국민이 주시해야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배경으로 거대 야당의 폭거, 그중 예산 삭감 등을 들었습니다. 박춘섭 경제수석을 증인신문 하기도 했는데, 윤 정부 국무위원들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황 변호사 "(결정문에 담긴 대로) 예산안은 개헌 당시에는 통과되지도 않았다는 등 몇 가지 팩트만 확인해도 적어도 대통령의 12·12 담화문에 그런 내용이 담길 수가 없는데, 결국 국정이 어떤 허위 정보나 거짓 뉴스에 따라 상당 부분 운영된 거 아닌가 하는 '실망감'이 컸죠.
전 변호사 "쭉 재판 과정을 겪어오고 고위직들에 대한 증인 신문을 하면서 제일 크게 느낀 것은 '과연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고 있었던가' 굉장히 의문스러웠죠. (심판정에 나온 국무위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보신과 자기 이익을 위해서 숨기고, 부인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국민들이 국정을 이끄는 정치인들이 이런 모습을 갖추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결정문에서 유독 마음이 가는 문구나 구절이 있었나요?
황 변호사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저희가 마지막에 냈던 준비서면에도 비슷한 문구가 있거든요. '피청구인 윤석열과 그 협력자들의 헌정 파괴 행위는 실행됐다. 단지 그들의 계획이 완성되지 못했던 것은 피청구인 스스로 그렇게 계획했던 것이 아니라 국회 앞으로 달려온 장갑차와 병력 진입을 막아 낸 시민들과 위법한 명령에 저항해 소극적으로 행동했던 장교와 장병들, 즉 주권자와 장병들의 민주주의 의식에 가로막혀 실패로 돌아간 것에 불과하다.' 표현은 더 세련되고 이렇게 바뀌었지만, 저희의 법적 쟁점이 전혀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감상이 있어요.
전 변호사: 사실은 저희가 변호사를 하고 있지만 판결문에 저희가 쓴 서면 내용이 그대로 나왔을 때 그 짜릿함이 꽤 큽니다. (웃음)
12년의 인연…심판정에서 만나다
전형호 변호사와 황영민 변호사는 9차, 11차 변론에서 국회 측 발표자로 나섰다. "구두 변론 기회가 올지 생각도 못 했다"고 입을 모은 두 사람은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발표 자료를 자동으로 넘길 수 있는 무선 포인터를 '새벽 배송'으로 구매해 연습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두 분 다 실무 총괄을 담당한 김진한 변호사에게 헌법 수업을 들은 제자로 알고 있습니다. 강의실이 아닌 심판정으로, 김 변호사에게 탄핵 심판 대리인단 합류 제안을 받을 때 어땠나요?
전 변호사 "작년 12월 17일이었는데요. 날짜까지 기억해요. 선생님(김진한 변호사)이 말씀하시길래 곧바로 승낙했죠.
황 변호사 "12년 정도 전에 맺은 인연이 이렇게 또 나타날 수도 있구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죠."
두 변호사는 17명의 국회 대리인단의 역할을 '도자기 가마'에 비유했다. "저희가 찰흙으로 빚어내면, 김이수·송두환·이광범 변호사가 모양을 만들고, 김진한·장순욱 실무 총괄 변호사들이 유약을 바르고 또 그림을 그리고, 다른 변호사들이 모여 구워내고 그렇게 '예쁜 도자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두 번의 변론준비기일에, 여덟 번의 변론기일을 거쳤습니다. 주 2회 집중 심리로 탄핵심판이 진행돼 빠듯했을 듯한데 하루 일과는 어땠나요?
전 변호사 "매일매일 똑같았어요. 새벽에 둘이 같이 사무실 나가면서 입구에서 택시 부르고…."
황 변호사 "새벽 12시에서 2시 사이에 나가면서 둘이서 기념으로 '셀카' 한 번씩 찍고 퇴근했어요. 보통 토요일 오전에 (국회 대리인단) 회의하면, 오후에 해야 할 일 하고 저녁쯤 들어가고 일요일 아침에 다시 나와서 저녁까지 또 일하고 (반복이었죠.)"
3개월간 전국민 헌법수업…학교서 토양 다져야
-황 변호사는 최후 변론에서 본인의 '아이'를 언급해 화제가 됐습니다. 파면 선고 후,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주셨나요?
황 변호사 "꼬맹이(둘째 아이)한테는 '윤석열이 이렇게 군대를 국회에 데려오고 했던 일 때문에 이제 대통령직에서 나갔어'라고 얘기를 해줬죠. (아이는) 다른 걸 떠나서 "그럼 이제 탄핵 재판은 안 나가는 거야?"라고 묻고, "어, 이제 안 나가" 그랬더니 "아 신난다!"라고"
-국회 측은 줄곧 탄핵의 필요성과 함께 헌재에 '미래를 위해 판단을 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전 변호사 "최근 3개월처럼 국민이 헌법에 관심을 가진 시기가 또 있었을까요? 이 사건을 통해 지켜보고 또 회자됐던 '민주주의적 가치 헌법적 가치'가 계속해서 논의됐으면 좋겠어요."
황 변호사 "서부지법 폭동 사태나 부정선거, '극우적인 아젠다'가 수면 위로 올라왔어요, 이것들이 향후 5년, 10년, 그리고 20년이 지났을 때 우리 사회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준비해야 해요. 헌법과 민주주의 토대가 굉장히 단단해져야 하죠. 특히 학교에서 국·영·수 못지않게 헌법과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민주적인 시민 교육,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이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대통령은 파면됐고, 두 변호사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인터뷰를 마친 이들은 "오후에 형사 재판이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