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는 이정후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원정 경기에서 왼손 선발투수 카를로스 로돈을 상대했다.
로돈은 두 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지난해 16승을 기록한 메이저리그의 정상급 좌완 투수다.
이정후는 좌우 스플릿에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 타자다. 올해는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더 높다. 대신 좌우 상대 OPS(출루율+장타율)는 다소 차이가 난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는 출루율도 낮고 큰 타구도 많이 날리지 못했다. 작년과 올해를 더해도 오른손 투수 상대 기록이 더 나았다. 물론, 최근 2년간 쌓은 기록이라 해도 표본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
3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첫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이정후는 팀이 0-3으로 뒤진 4회초 중월 솔로홈런을 때렸다. 풀카운트에서 슬라이더를 때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이틀 전 양키스와 원정 3연전 첫 날 시즌 첫 홈런을 터뜨렸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올 시즌 2호이자 메이저리그에서 때린 통산 4번째 홈런. 그 중 왼손 투수를 상대로 때린 두 번째 홈런이다(작년 메이저리그 데뷔 홈런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좌완 불펜 톰 코스그로브를 상대로 때려낸 바 있다).
로돈은 6회초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양키스가 3-1로 앞선 1사 1,2루에서 이정후를 다시 만났다. 로돈은 포심 패스트볼과 싱커를 활용해 투수에게 유리한 1볼-2스트라이크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결정구로 커브를 던졌다. 커브는 몸쪽 높은 코스의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날아갔다.
로돈이 이날 이정후를 세 차례 상대하면서 던진 16번째 공이었다. 이전까지 이정후를 상대로 커브를 던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양키스의 포수 J.C. 에스카라는 경기 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정후는 경기 내내 (우리의) 커브를 보지 못했다. 싱커와 직구로만 그를 상대했다. 우리는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은 상태였고 그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커브로 상대의 허를 찌르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2년 차 선수지만 아직 경험은 많지 않다. 데뷔 시즌에서 부상 때문에 37경기밖에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키스 원정은 분명 낯설고 설레는 무대다. 만나는 투수들 대다수가 초면이다. 그럼에도 이정후는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결과는 늘 좋았다.
로돈의 커브가 대표적이다. 처음 만났지만, 이정후는 역전 3점 홈런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썼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멀티 홈런, 로돈이 빅리그에서 왼손 타자에게 하루 2개의 홈런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밥 멜빈 감독은 "(이번 시리즈에서) 이정후가 처음 상대해 본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앞으로도 만난 적이 없는 선수들을 계속 상대할 것"이라며 "여기서 배트에 공을 맞히는 능력이 발휘된다. 누구든 상대할 수 있고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칭찬했다.
이정후는 시즌 2,3호 홈런을 연거푸 터뜨리며 2안타(2홈런), 1볼넷, 2득점, 4타점 활약을 펼쳐 샌프란시스코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초반 질주가 거침없다. 이정후는 양대 리그 타율 부문 5위(0.352), 장타율 2위(0.704, 1위는 양키스의 애런 저지 기록은 0.750), OPS 2위(1.130, 1위는 애런 저지 기록은 1.228)에 올라 있다. 2루타는 8개로 시카고 컵스의 카일 터커와 함께 리그 전체 공동 1위. 득점은 16점으로 전체 4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