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생소한 실내악을 소개하며 봄철 대표적인 클래식 축제로 자리를 잡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오는 22일부터 5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윤보선 고택 등에서 열린다.
2006년 출범 때부터 축제를 기획해 온 강동석 예술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 부근 안동교회에서 열린 '제20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실내악 전문 축제를 열고 싶다는 생각과 실내악을 좋아하는 열정으로 축제를 지탱해왔다"며 "간접적으로라도 우리나라 실내악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20회 축제에 모두 이름을 올린 연주자인 피아니스트 김영호 연세대 명예교수와 비올리스트 김상진 연세대 교수도 참석했다.
김영호도 "그 당시 실내악이 보급되지 않았고 인기도 없었다"면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 우리나라에 실내악 붐을 일으키면서 훌륭한 실내악단도 많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올해 축제 20돌을 자축하는 의미로 행사명은 스무 개의 촛불을 의미하는 '20 캔들스'(20 Candles)라고 붙였다.
20명의 음악가를 하루에 만나는 공연, 작품 번호(Opus)가 20인 곡들만 모아놓은 공연, 작곡가가 20대에 쓴 곡들을 20대 연주자들이 선보이는 공연 등 20년을 기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프랑스의 클라리넷 앙상블 '레봉백'(Les Bons Becs)이 15년 만에 SSF 무대에 오른다. 베를린 필하모닉 플루트 수석을 역임한 마티어 듀푸르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현악 사중주단 리수스 콰르텟과 아벨 콰르텟, 아레테 콰르텟, 베이스 바리톤 안민수, 소프라노 이혜정도 참여한다.
20년 동안 쭉 함께해 온 김상진은 "강동석이 SSF의 색깔"이라며 "구심점 역할을 잘 해주셨기 때문에 축제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사업가 기질은 전혀 없으신데도(웃음), 그 이상을 따르는 음악가들과 스태프, 후원자들이 있다"고 추켜세웠다.
SSF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와 낯선 곡, 젊은 신예 연주자를 발굴하며 클래식 음악의 지평을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년 새로운 레퍼토리를 선정하기 위해 애쓴다는 강 예술감독은 청중과 연주자 모두가 만족하는 공연을 선보였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유튜브에 연주 영상이 정말 많이 올라와서 설령 연주가 좋지 않아도 곡을 찾는 과정에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며 "청중도 만족하고 연주자도 즐거워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가장 뿌듯하다"고 돌아봤다.
그간 SSF 무대를 밟은 연주자는 무려 1000명에 달한다. 지금은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선우예권도 SSF를 거쳐갔다.
김상진은 "15년 전쯤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아주 어렸던 시절 함께 멘델스존 6중주를 했는데, 그때 같이한 이들이 청년으로 자란 모습을 보면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우예권이 2017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직전 축제 무대에 올랐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김상진은 "당시 연주를 함께한 선우예권 씨가 콩쿠르 앞두고 연습할 시간이 없다고 그랬었는데 일주일 뒤 우승으로 '빵 터졌던' 기억이 있다"며 "젊은 연주자들이 유명해지기 전 SSF를 통해 실내악 커리어를 쌓았다는 점이 축제의 자랑"이라고 소개했다.
SSF의 '백미(白眉)'로 불리는 고택 음악회는 영성(Spirituality)을 주제로, 26일 오후 4시 150여 년 역사의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다.
SSF의 오랜 전통이기도 한 축제 주변 프로그램인 프린지(Fringe) 페스티벌도 20일까지 남산 YTN 타워, 세브란스 병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다. 미래의 거장을 꿈꾸는 젊은 음악가들과 아마추어 시민 실내악단이 SSF의 매력을 전한다.